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ILO 2023임금보고서‘등 종합분석

‘ILO 2023 임금보고서'등 종합분석

:글로벌 최저임금 하락, 신흥경제국은 코로나 이전 이미 시작, 한계노동인구의 형성

2024년 3월 21일 / 이슈 리포트
글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ILO 2023Wage Report, OECD Wage Bulletin, 실질임금, 최저임금, 글로벌노동시장, 한계노동인구, 인플레이션, 코비드19

지난 2020년 코로나(covid-19)의 급작스러운 도래와 뒤이은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노동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글로벌 증권시장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신기록을 경신하고 명목임금은 치솟으며 세계경제는 마치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여 동안 전지구 경제의 속내를 살펴보면 현대 자본주의는 커다른 위기를 겪고 있으며, 단지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몸부림의 한복판에 글로벌 노동시장이 놓여 있다.

이 글은 ILO(국제노동기구)의 ‘2022-2023임금보고서’와 OECD(경제협력기구)의 지난3월 발표 통계를 주데이터로 활용해 지난 3년간의 전세계 노동시장 임금과 각국의 임금구조를 비교 분석하였다. 이 보고서들은 양대 기구에서 최신 발간된 임금보고서로서 전세계 노동시장과 임금문제를 볼 수 있는 중요 통계라는 점, 그러나 이 보고서의 행간을 독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미리 알려두고 시작하도록 하자.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지난 3년여 동안 노동시장의 가장 주요한 변화는 실질임금(real wage)의 감소다. 실질임금이란 명목임금(nominal wage)에서 인플레이션율(CPI)을 차감한 것이다. 즉, 물가가 상승한 것을 감안했을 때의 임금의 실제 가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국제임금통계를 보여주는 ILO의 “2023 Wage Report” (연간 글로벌 임금 동향 보고서)가 지난 2023년 11월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보도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놀라운, 그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수치가 나와있다.
ILO에 따르면 이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지난 2022년 글로벌 전체 노동시장 차원에서 실질 임금이 감소했다.

글로벌 평균 임금(연간)

출처: ILO, Global Wage Report 2022-2023.
* 청색 그래프는 중국이 포함된 글로벌 연평균 임금 변동률, 적색 그래프는 중국이 제외된 글로벌 연평균 임금 변동률.

이 수치가 놀라운 이유는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지난 2008-2009년의 금융 위기 때조차도 글로벌 실질임금은 감소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22년은 전세계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2022년은 지난 2008년과는 달리, 글로벌 경기침체로 규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자본주의 국가들 모두에서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현재 노동시장의 변화가 경기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거나 혹은 과잉 잠재 노동인구(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때라도 노동시장 진입이 가능한 인구)가 대규모로 존재하는 조건도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하여 OECD의 일자리 관련 자료를 제시하겠다.

실업자 1인당 빈 일자리 개수


출처 : OECD Wage Bulletin (labor vacancies), 2024년 3월                                  

이 지표는 거시적인 실업률보다도 기업의 ‘노동력 필요’ 관점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유용하다. 지난 2023년 3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록 지난 2021-2022년보다는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업자 1인당 기업이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 개수는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인력 부족 상태라는 것을 이 챠트는 말해준다. 따라서 기업은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더 나아가 다른 기업들과 노동력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혹은 하려고 한다. 그 결과, 명목임금은 지난 수십년간의 추세보다도 훨씬 높게 책정되었다. 여기서 명목임금과 실질임금의 추이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명목 임금과 실질 임금 추이

출처 : ILO, US UK nominal real wage gap
* 적색 선은 명목 임금, 청색 선은 실질 임금 추이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면, 2021년을 기점으로 명목임금은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른바 바이든노믹스(Bidenomics)가 본격화되고 코로나 이후의 경기 침체가 회복된다는데도, 노동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임금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20년 초에 비해서도 실질 임금은 하락했으며 영국은 간신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낮고, 실업자당 빈 일자리 비율도 가장 높은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질임금 하락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물론 이같은 괴리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좀 특이하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실질임금 하락률은 더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특별히 높지는 않다.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추이


출처 : OECD, inflation
* 다이아몬드형 점은 지난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 최고치, 막대 그래프는 2024년 1월 기준 각국의 연간 인플레이션률

실질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은 명목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률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이션률은 다른 유럽 국가들(EA20)이나 일본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국가들에 대해 큰 격차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인플레이션 최고치는 미국이 유럽에 비해 낮으며, 영국보다도 낮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입을 거부하고 수입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일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반해 미국의 에너지 가격은 유럽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상대적으로 낮았다(미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수출국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의 인플레이션률이 상대적으로 유럽보다 높은 원인, 그리고 2020년 이후의 실질 임금이 하락폭이 컸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글로벌 실질임금 추이를 장기 추세로 한번 살펴보자.

글로벌 실질 임금 추이 2008-2022

출처 : ILO, global realwage 2008-2022
2008년의 실질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2년 상반기까지의 변화 추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간 선진국들의 실질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 영국, 이탈리아는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실질임금이 10% 이상 하락했으며 코로나 이후 그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호주와 더불어 가장 높은 실질임금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실질임금의 증가가 곧 가처분소득의 증가나 실질구매력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률을 결정하는 인플레이션 바스켓의 편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주택 가격이 물가상승률 구성 요인에 반영되는 비율 등. 유럽의 복지국가 경우에는 공공 임대 주택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월세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과 호주에서는 명목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며, 동시에 아직 추세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실질임금 상승 추세가 둔화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같은 실질임금 증가는 노동시장 내부의 구성(저임금 노동력과 고임금 노동력)에 따라 각기 다르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의 챠트에서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은 이미 경쟁력이 뒤떨어졌거나 고령화 문제 등이 실질임금의 하락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이 2021년 이후 실질임금의 장기 추세가 꺾인 것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이 챠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경제 조건이 다른 스페인이나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페인, 스웨덴, 그리고 북미의 캐나다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이전인 2020년 중반부터 실질임금 하락 추세가 이미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 이들 국가를 놓고 보면, 인플레이션이 실질임금 하락의 첫 번째 촉발 요인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흥경제국가들에서도 이미 2020년에 실질임금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은 이미 2019년부터 실질임금 하락 추세가 강해지고 있으며, 2022년 이후에는 아주 급격하게 나타난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은 이미 2016년부터 실질임금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경제국가들은 2016년을 기점으로 2022년에 걸쳐 실질임금 감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2022년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주변부에서는 실질 임금 하락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신흥경제국의 실질 임금 추이(2008-2022)

출처: ILO, realwage EM

특이하게도 지난 2008년 이후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어 2015년에는 2008년 대비 무려 15%나 실질임금이 감소했던 멕시코는 2019년 들어 오히려 실질임금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멕시코의 주요 무역 대상국이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멕시코 국제분업체계에 무엇인가 중대한 변화가 왔음을 시사한다. 물론 지난 1995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멕시코 노동계급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은 사건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ILO 2023임금보고서 외에 OECE의 Wage Bulletin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OECD는 지난 3월 발표한 Wage Bulletin에서 지난 2023년 3분기의 실질 임금 추세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체코, 핀란드, 이탈리아)은 여전히 실질임금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OECD 평균으로 본다면 그같은 추세가 개선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 주변부(동구 및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빠른 속도로 실질 임금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3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OECD 회원국 실질 임금 변화 추이

출처 : OECD, realwage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국의 실질 임금 추이(코로나 이전과의 비교)

출처 : OECD, realwage gap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OECD 전체로는 약 3% 가량의 실질임금 하락폭이 존재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무려 약 9%나 되는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한국은 사실상 거의 변화가 없다(즉 실질임금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의 정치적 불만political discontent의 경제적 배경은 이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4.10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 대 반민주 정권 사수 대 퇴진 구도가 아니라 서민들의 ‘경제체감온도’가 지배하는 ‘경제’ 선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식시장이 지난 1992년 버블기의 고점을 돌파하여 ‘잃어버린 30년’이 드디어 끝났다고 환호하는 일본에서는 언론과 국제적인 관심 및 예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지난 1992년 이래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즉, 일본에서 30여년간 노동력의 가치는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

또한 노동시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위치에 따른 실질 임금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임금 수준별 일자리의 실질 임금 변동 추이

출처 : OECD realwage low-pay

그래프에서 연한 녹색의 다이아몬드형 사각형은 저임금(low-pay) 일자리의 실질임금 추이(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의 누적)를 나타낸다. 짙은 녹색 그래프는 고임금 일자리의 실질임금 추이, 녹색 그래프는 중간 임금 일자리의 실질 임금 추이다.

이 챠트를 보면, 그리스, 한국, 미국, 일본 등은 저임금 일자리의 실질임금은 코로나와 인플레이션기를 거치는 동안 전체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영국, 호주, 오스트리아, 멕시코 등에서는 고임금 일자리의 실질임금 추이는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보다 양호했다. OECD 전체로도 약간이나마 저임금 일자리의 실질임금 개선폭이 고임금, 중임금 일자리보다 양호했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특히 저소득층의 생계비용이 다른 중위/상위 소득계층의 생계비용 상승폭보다 훨씬 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ILPO). 따라서 정부로서는 이들 계층에 대한 ‘소득 보전’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임금 상승의 우호적 조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물론 그것은 ‘최저’의 생존조건을 보전함으로써 정치적 불만의 계절이 다가오는 것을 최대한 억누르기 위한 방책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에는 중위/상위 소득계층의 생계비 물가 상승률이 하위 소득계층의 생계비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하위 소득계층의 실질임금이 더 높이 상승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임금 조건만으로는 그 원인이나 전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예컨대, 저임금 일자리의 실질임금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력 인구의 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각구의 최저임금의 변동 추이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각국의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 변동 추이(2015-2022년)

출처 : ILO minimum wage

한국의 최저임금은 명목상으로는 2015년 이후, 특히 2017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급격하게 상승했다. 2015-2020년 간의 누적 최저임금 명목 상승률은 45.9%에 달한다. 그리고 이 기간 중에는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도 거의 비슷한 추세로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2020년 이후의 최저임금 실질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은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중국의 실질 최저임금은 오히려 상승했는데 반해서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실질 최저임금 하락폭이 컸다.

출처 : ILO minimum wage2

미국은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5년 이후 이미 실질 최저임금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5-2020년까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매우 낮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 최저임금은 하락했으며, 2020년 이후에는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되었다. 스페인은 한국과 유사하게 2015년 이후 명목/실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그러나 2020년 이후에는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유럽 신흥시장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저임금 일자리 직종의 실질 임금이 고임금/중위 임금 일자리의 실질 임금보다 양호한 추이를 보이는 국가들인 미국이나 한국 등에서 실질 최저임금 하락 추세가 오히려 전체 실질 임금 하락 추세보다 가파른 것은 한계노동집단의 처지가 매우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종적으로 위의 ILO와 OECD의 최신 임금보고서를 기초로 지난 2020년 이후의 실질 임금 추이를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글로벌 노동시장 차원에서 실질임금 하락 추세가 나타났다. 심지어 이같은 실질임금 하락은 경기 침체가 아닌 조건에서 발생했으며,

2. 심지어는 실업률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한 만족할만한 주류 경제학의 설명은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다. 

3. 실질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윤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착취율의 고도화),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하에서의 기업 이윤 증가와 주식시장 상승은 당연한 현상이다. 만일 OECD 임금보고서가 관찰한 것처럼, 실질임금 회복 현상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기업 이윤을 훼손할 것이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2020년 이후 실질임금 감소 현상이 관찰되지만, 대부분의 신흥경제 국가들에서는 이미 2016년을 전후한 시기에 실질임금 감소 추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약한 고리’(가장 민감, 취약한 부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신흥국가 노동시장의 실질임금 감소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봉’되었던 글로벌 경제체제의 내부적 모순이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계기를 통해 ‘발현’되었던 것일 뿐,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5. 실질 최저임금은 2020년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계노동인구의 처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며, 지배계급의 관점에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같은 경제적 배경이ㅡ 그것이 ‘인민주의’(populism)로 불리든 또는 ‘극우’(far-right)로 불리든 간에, 기존 지배세력의 자리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정치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전지구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들은 비이성적이라서, 또는 ‘도덕적’으로 정의로와서 들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어려워서 들고 일어난다.

그렇다면 위의 분석결과로 봤을 때,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협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담론투쟁을 준비해야할 것인가? 

댓글 남기기

Social media & sharing icons powered by UltimatelySocial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