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2024년 최저임금투쟁 평가와 2025년 최저임금 투쟁

민노연 창립식_087

2024년 최저임금투쟁 평가와 2025년 최저임금 투쟁

- 공세적인 최저임금 확대담론으로 임금투쟁의 주체를 발굴하고 공동투쟁을 준비하자!

2024년 12월 30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2024년 최저임금투쟁의 전략과 목표는 최저임금 ‘확대적용’ 담론을 중심으로 ‘차별적용’ 논의를 축소하고 대폭 인상을 이루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이 주장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이후로 사용자위원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면 지급 여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힘드니 업종별로 차별적용하자는 논리다. 최저임금 논의 전부터 차별적용 담론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담론을 눌려버리려는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이들은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부결되어 차별적용을 허용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이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죽는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사용자위원들은 회의 전, 회의 중, 회의 종료 때까지 소폭 인상을 떠들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차별적용을 저지하는 데 온통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차별적용을 막아내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소폭의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노동은 보다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최저임금 확대담론을 세워야한다.

최저임금 확대 담론은 전략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대책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3.3% 세금을 내는 인적 용역사업자가 무려 847만 명에 달한다. 인적용역사업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종의 건당 임금을 받는 강사, 작가,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하는 세법상 개념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대리운전, 배달 등의 투잡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위탁계약을 맺어  3.3% 세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기존 노동법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건당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최저선이라는 게 없다. 같은 가게, 같은 메뉴, 같은 손님에게 배달을 가더라도 점심 때는 배달 한 건당 4000원을 받을 수 도 있고, 오후 3시에는 2000원을 받을 수도 있다. 최저임금법만으로는 모든 노동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 최저임금 투쟁은 일부 노동자의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최저임금법 5조 3항 투쟁을 통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기를 기대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차별 적용 프레임을 최저임금 확대 및 대폭 인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구조적 한계,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이후 역동적인 최저임금 운동의 부재, 정부의 긴축 기조와 저성장 시대 등의 한계로 내년 최저임금은 1.7% 인상된다. 물가를 생각하면 삭감이다. 노동계 최저임금 위원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5월 18일 덕수궁돌담길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회의 공개 여부와 최저임금법 5조 3항(도급제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던 1차 회의, 5조 3항 논의를 진행했던 2~4차 회의, 차별 적용 논의를 했던 5~7차 회의, 사용자가 회의를 거부했던 8차 회의, 최저임금 액수 논의를 했던 9~11차 회의로 구분된다.

회의는 안건 순서가 정해져 있어 처음부터 최저임금 액수를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최저임금법 5조 1항에 따라 최저임금을 시급, 일급, 주급, 월급으로 정할지 결정하는 ‘결정 단위’ 논의를 끝내고 나면,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른 ‘구분 적용'(사업 종류별 구분 결정 여부),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진행한다.

결정 단위, 구분 적용, 수준 논의 앞글자를 따서 단/구/수 논의라고도 한다. 회의가 비공개이기 때문에 회의 시작 전 노·사·공 대표 위원들의 모두 발언만이 언론에 보도되지만, 실제 회의는 모두발언과 아무 관계 없이 논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실제 회의와 언론 보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최저임금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2024년 4월 4일 최저임금 대폭인상! 차등적용 규정 폐기! 적용대상확대! 민주노총 최저임금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최저임금 회의 시작 전부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제도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제5조 제3항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이래 최초로 5조 3항 논의를 진행했다. 5조 3항이 첫 의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단위를 규정한 5조 1항과 도급 노동자 최저임금인 5조 3항이 연결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위한 5조 3항 논의를 결정 단위 논의가 끝난 후에 요청하였을 때, 공익위원들이 “해당 논의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 논의 과정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미 결정이 끝나 진행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지난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올해는 첫 회의부터 5조 3항 이야기를 꺼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 한정해 논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결정 논의는 불가능하다. 이에 올해 노동계는 대법원과 노동 관서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있으니 이들을 위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결은 개별적/구체적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제시한 약 25개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약 25명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5조 3항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록 5조 3항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하더라도 일단 정해 놓으면 산업현장에서 시장임금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장 요구와 투쟁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급제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쟁취 투쟁의 유인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노조법과 사회보험법에 멈춰있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해 5조 3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5조 3항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고용노동부가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냄으로써 논란은 정리됐다. 5조 3항은 이제 차별 적용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어 매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5조 3항 논의는 4차 회의에서 아래의 공익위원 권고안으로 빠르게 정리됐다.

“최저임금액 관련 심의 안건, 즉 결정 단위 관련해 법 5조 3항의 대상을 구별해 별도의 단위를 설정하는 것은 현재 조건에서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등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제도개선의 이슈로서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회, 경사노위 등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합니다. 아울러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최임법 5조 3항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 주시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책무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동계에 떠넘기는 결정이었다. 많은 아쉬움이 있는 결정이었지만 회의장 밖에서 희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으로 라이더유니온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이 현장의 요구가 된 점,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와의 교섭 투쟁과 조직사업에서 최저임금 요구를 한 점, 서비스연맹을 중심으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연구와 요구가 올라 온 점, 웹툰작가노조를 비롯해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점 등은 이후 5조 3항 투쟁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은 새로운 ‘을들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줬다.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초기 영세자 영업자들의 지급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형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 문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을들의 연대를 모색했다면 5조 3항 투쟁을 통해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며 플랫폼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에 맞선 라이더유니온과 영세자영 업자들의 연대 파업과 집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차별 적용과 수준 논의

5조 3항 논의를 길게 가져간 덕분에 차별 적용 논의는 세 차례에 그쳤다. 확대 적용 논의가 차별 적용 논의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별 적용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 간 정세 인식과 판단에서 큰 차이를 확인하였고, 마지막 수준 논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임금 통제 기조와 함께 노동계의 준비 부족을 확인했다.

7월 2일 최저임금 차별 적용 투표가 예상되었던 시점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앞 기자회견과 농성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위원들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해 모든 최저임금 위원이 회람했다. 차별 적용 논의가 진행되던 회의장 안에서도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등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투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차별 적용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 방법은 당사자들의 조직과 투쟁이라는 점을 보여준 순간이다.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하는 차별 적용 대상이 편의점, 일반음식점, 숙박업인 만큼 해당 업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사업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더불어 올해 차별 적용 논의는 예년과 달리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는데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목표였다. 차별적용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은 이주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과 투쟁이라는 더 큰 연대로 가능하다.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틀 뒤에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되었다. 밤 12시가 넘어 진행된 제11차 전원회의가 최종안 표결로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한 차례만 논의한 졸속 결정이다.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최종안 제시 전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1만 원은 지난해 노동계 최종 제시안이고, 1만290원은 ‘권순원(공익위원) 산식'(경제 성장률+소비자 물가 상승률-취업자 증가율)에 근거한 금액이었다.

하한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고, 상한선은 예년에 노사 중재안으로 공익위원이 제출했던 안이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1만20원 내 지 1만30원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인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해 민주노총 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감안해 노동계 안으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한 4.3% 인상안을 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구간 내에서 물가 상승률인 2.6% 인상안을 제시하면 현실적으로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안을 노동계 요구안으로 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동의 없이 민주노총 요구안을 노동계 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에 졸속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는 회의 진행 방식과 상식 밖의 심의촉진구간을 낸 공익위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퇴장했다. 공익위원은 1만30원인 사용 자 안을 선택했다. 투표결과를 보면 9명의 공익위원 중 5명이 사용자위원 안에 투표해 민주노총 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더라도 사용자위원 안이 통과되었다. 공익위원은 애초에 물가 상승률조차 고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2025년 최저임금 투쟁 

윤석열의 친위쿠테타로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정세 속에서 2025년 최저임금투쟁을 전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는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경제의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을 포함한 실질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권은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명분으로 임금인상을 억제해왔다. 민주당 역시 대폭인상은 부담스럽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경제생태계 구성을 위한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한 후 고용안정지원금으로 메꾸는 방식이었지 원하청 구조개선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윤을 분배하는 문제에는 무관심했다. 

한편,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서비스산업으로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통제는 서비스산업 노동생상성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인간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산업에서 이윤을 얻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임금을 통제하거나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이주노동자, 플랫폼노동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2025년 최저임금 인상의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때문에 2025년 최저임금 투쟁은 저임금 조직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 투쟁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과 지급여력이 있는 기업에서의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최저임금 인상을 견인해야 한다. 알바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와의 대결구도를 해체하고 전체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을 위한 임금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최저임금 인상 전선을 펼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는 노조 조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우리나라의 협약임금은 최저임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협상과 쟁의행위를 통해 얻는 협약임금이 최저임금과 100~200원 정도 차이가 난다면 굳이 노동조합을 할 이유가 없다. 조직노동자들의 협약임금 쟁취와 이를 통한 미조직노동자들의 조직화 사업 확대를 통해 조직노동이 임금인상 투쟁 전선의 얼개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6~7월 시기에 집중해서 공동투쟁 공동파업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인상 투쟁의 주체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통합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에서 배제된 특고 플랫폼 노동자, 이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임금 투쟁의 동지로 조직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투쟁은 고립될 것이다.


* 이 글은 <비정규노동> 168호 9,10월호 ‘특집[최저임금제도]’를 부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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