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정세에 대한 이론적 개입과 실천을 위하여
: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홈페이지 <전망과실천>을 발간하며
2023년 10월3일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대입니다. 자본주의 지배세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한편, 그들이 체제의 한계를 무자비하고 교활하게 넘어서 새로운 지배질서를 구축하려는, 체제전환의 의도도 노골적인 전환기적 정세입니다. 누구는 고양기라고 하고 누구는 퇴조기라고 합니다. 정세 자체에 대한 해석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사회변혁을 위한 주체의 구성과 성격에 대한 시각도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때에 좌파적인 관점의, 이론적 실천을 지향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연구소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을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경청하고, 몸과 마음을 움직여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말이 씨가 되어 지난 3월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를 발족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넘쳐나는 연구소중에 하나이겠지만, 민주주의와 노동에 대한 좌파적 담론 생산을 목표로 하는 연구소로는 드문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 절실한 목표는, 다른듯 같은 투쟁들의 파상적인 반복이 아닌, 다양한 투쟁과 주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반자본주의 전선을 형성하고, 파편화하여 종횡하는 각 부문들이 모여 하나의 주체, 즉 동맹세력이 되는 길을 여는 것입니다. 그 길을 찾는 것입니다. 모순으로 가득찬 체제가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결코 망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그것을 접수할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길에게 길을 묻는 것은 허망한 일입니다. 길을 만들어야합니다. 주체가 나아가야할 길, 아니 주체를 만들어가는 길을 찾아내고, 닦고, 넓혀내는 과정이 이론적 실천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사회변화의 성격과 변혁의 주체를 질문하고자 합니다. 그 주체와 정세의 상호 동학을 풍부하게 이론화하고 연구하여 실제의 투쟁과 변화를 위한 근거로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민주주의와 노동’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를 정치경제학비판의 관점에서 탐색하고 연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오늘 10월3일 개천절에 드디어 연구소 홈페이지와 <전망과 실천>이라는 웹진을 함께 세상에 내놓습니다. 좌파 담론의 구성을 위한 연구 성과와 이론적 쟁점들을 적극 기획하고 스스로 집필하여 올리되,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을 위해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는 웹진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전체 및 국내를 향한 ‘이슈 리포트’를 통해 중요하고 혼란스러운 노동 및 정치경제적 쟁점에 대한 좌파적 관점을 지향하는 분석적인 글을 싣고, 연구보고서와 “권영숙 컬럼”과 “연구자의 시선”으로 깊이를 더할 것입니다. 또한 민주주의노동연구소 웹진은 특히 노동자 국제주의를 강조하고 복원시키려고 합니다. 발빠른 팩트 리포팅과 맥락적 해석까지 더한 “국제 노동/운동 동향”을 정규적으로 싣고, 별도로 주요한 전지구 정치경제학적, 지정학적 동향을 관점을 가지고 분석하는 ‘글로벌 리포트’를 배치합니다. 나아가 “Review and Preview”를 통해서 해외의 좋은 논문, 단행본 및 글들(articles)을 소개하거나 리뷰하는 고정란을 준비했습니다. 또 “오늘의 차트 Chart of the Day”를 통해서 전세계에서 중요한 현상을 수와 차트를 통해서 읽어내는 란을 준비하였고, “ON the Edge” “한마디의 세상 Words of the World”도 낼 예정입니다.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의 홈페이지와 웹진 <전망과 실천>은 때로는 국내 언론보다 더 발빠르게 사실과 사건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깊이있는 계급적 시각으로 분석한 글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모든 글들은 가능하면 연구소의 역량으로 집필할 것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으로 읽고, 웹진 <전망과 실천>을 구독하고, 세상에 널리 이 시각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 공간을 통해서 이론적 실천의 무기를 들고, 노동이 조직노동 너머 사회적 노동으로, 좌파가 철학의 빈곤과 대안의 무능함을 떨치고 더 넓고 깊은 정치적 좌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