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 노동계급의 파업은 무엇이 다른가

민노연 창립식_087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 노동계급의 파업은 어떻게 다른가

: 미국 자동차노조, 방글라데시 의류노조, 그리고 노동격차

2023년 11월 9일 / 국제 노동/운동 동향
<전망과실천> 편집부

노동자 파업, 정치적 기회 구조, 노동조건, 임금격차, 노동정책

미국 자동차노조(UAW)가 지난 10월초 파업에 돌입한 후 자동차 3사 (Big3; GM, Ford, Stellantis)와 단체협상안에 11월2일 잠정 합의했다. 이번 단체협약안은 조합원 전체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아직 세부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임금인상폭, 고용직제 개편안, 후생 및 퇴직후 연금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노조의 요구안이 관철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UAW의 숀 페인 위원장은 합의 다음날인 11월 3일 의미심장한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놨다. 중남부에 위치해 있는 노조 미결성 자동차 공장들에도 노조를 결성하여 미국의 모든 자동차산업 현장에 노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덧붙여 그는 이번 단체협약의 시효가 모두 2028년 Mayday(5월 1일)로 맞춰져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만일 그 때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단지 우리만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2028년 Mayday에 맞추어 자동차산업 총파업(general strike)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발언을 5년 뒤에나 있을 단체교섭을 겨냥한 ‘으름장’으로만 보거나, 혹은 노조가 이번에 이룬 성과를 과시하는 허풍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이 발언 배후에는 매우 복잡한 사정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 다른 노동쟁의 사례들을 보자.

지난 10월 중순 사흘동안 파업을 이어갔던 미국 Kaiser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 민간의료보험 기업) 노조(조합원수 약 7만 5천 명) 역시 지난달 12일 회사와 협상을 타결지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2027년까지 약 21%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하고, 노조가 요구한 인력 보충 및 노동 강도 완화 등도 모두 받아들였다. 이 쟁의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의료보험업계 파업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중순 카이저 노동자들의 시위. 출처 : Cal Matters

물론 회사가 그리 순순히 노조안을 수용할 리는 없었다. 또 단지 ‘파업’만이 회사를 압박한 무기였던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협상에서 파업이 과연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조차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정부(노동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협상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회사 쪽에 노조안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된 직후, 협상을 중재했던 줄리 수 노동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 협약은 노조의 힘에 대한 시험대”였으며 “미국 역사에서 노조는 중산층을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정치적 기반을 키워왔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대통령과 나는 단체교섭 과정을 신뢰하며, 우리는 노조가 강력하고 미국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썼다. 그리고 개빈 뉴썸 캘리포니아 주 지사는 이 사태가 끝난 직후 향후 10년에 걸쳐 캘리포니아 주 최저임금을 시간당 25 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단지 정치적 압력, 혹은 일부 정치세력의 친노동적 제스쳐만이 타결을 이끈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검찰과 캘리포니아주 검찰 당국은 Kaiser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2억 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검찰이 칼 빼들고 나서는데 항복하지 않을 경영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회사는 문자 그대로 납죽 엎드렸다. 최저임금 인상안 서명 직전, Kaiser의 노사관계 담당 부회장인 스티브 쉴즈는 최저 임금 25달러 인상안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옳은 일’이며 “이 법안과 무관하게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와 집권당이 이 정도로 발 벗고 나서주는데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지 않을 수 없고, 노조가 쟁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워싱턴 DC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보험사인 Unite Health Care와 계약을 맺고 있는 의료진들(의사 및 간호사, 쎄라피스트등)은 최근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동네 병의원들이 의료보험공단을 고용주로 하는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 숀 페인 위원장. 출처 : FOX2 뉴스

UAW 숀 페인 위원장의 발언을 이런 배경 하에서 다시 보자. 이번에 UAW가 타결지은 협상안 중에는 특이한 내용이 하나 있다. Stellantis(구 크라이슬러)가 지난 3월 생산을 중단하고 폐쇄한 Belvedere Assembly Plant(체로키 지프를 생산하는 공장)의 운영을 재개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 공장은 회사가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곳이 아니라, 이미 가동이 중단된 곳이다. 그런데 노조가 운영 재개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이 곳 주민의 숫자는 약 4만 5천여 명이며, 이 공장은 약 1,350여 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다른 말로 해서, 이 공장은 이 도시의 생명줄이다. 공장 가동 여부는 이 도시 전체의 생사와 직결된다. 이 지역의 주민들이 누구에게 투표할지는 안봐도 뻔하다. 

“노조가 곧 산업정책” (Trade Unions are industrial policy)

중요한 점은 이런 단기적인 ‘투표’에 미칠 영향만이 아니다. 미국의 노사관계 전통은, 특히 1980년대 레이건-대처 이후, 노조의 ‘경영 개입’이 금기시되어 왔다. 설사 개별 자본가들이 노조와 타협하기를 원하더라도 경영권 개입 조항에 대해서는 다른 자본가들의 압력(그리고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UAW의 파업은 그 지형을 바꿔놓았다.

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의 조사실장 Matt Stoller 같은 사람은 이를 지난 1940-59년대 시도되었다가 좌초된 노동자 자주관리제, 혹은 노동자 경영참가제도로 나갈 길을 연 것으로 평가한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Trade Unions are industrial policy”(노조가 곧 산업정책)이다. 그는 1980년대 제네럴 일렉트릭(GE)의 예와 비교하면서, 과거의 경영자 전유물이었던, 그리고 정치권과 기업의 결합으로 인해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노동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결절점으로 이번 사건을 평가한다. 그의 견해는 뉴딜 프로젝트의 부활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물론 이는 많이 과장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아가는 방향만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소한 지난 2022년까지 미국내 노조 조직율, 쟁의 일수, 쟁의 건수 등은 지난 40여 년간의 완만한 감소 추세로부터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사정이 급변했다. 갑자기 많은 쟁의가 벌어지고 노조 결성이 여러 지역으로 번져나갔다. 물론 이런 종류의 사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문제는 ‘조건’이다.

주체적으로는 조건이 무르익었다. 외부적으로는 인플레이션(실질 임금을 삭감하기 때문에 생활 수준이 열악해진다), 내부적으로는 실업률 하락으로 인한 노동가격의 상승(인력부족으로 인한 노동력 품귀 현상)이 겹쳤다. 그 결과 노조의 단체 교섭력이 강화된다. 그러나 첫째 조건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은 노동운동 활성화에 필요조건들 중의 하나일 뿐이며, 미국 역사를 보면, 물가상승- 실질임금 하락이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직접 연계된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예컨대 미국은 80년대 내내 실질임금이 하락했지만 노동운동은 오히려 약화되었다). 둘째 내부적인 실업률 하락에 의한 노동가격 상승 역시 이를 해결할 다른 정책적 수단(이민 확대, 복지 축소, 고등교육 축소로 젊은 층의 조기 노동시장 진입 유도, 여성 및 고령 노동력의 시장 참여 유도 등)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노조 억압’으로 봉쇄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로 이 두 가지 조건들은 ‘유인’들 중의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조직)노동의 위력이 폭발하는 시기는 이른바 ‘정치적 기회 구조(공간)’가 열릴 때다. 즉 기존의 정치체제 혹은 기존에 노동을 억압하던 정치세력의 힘이 약화되었을 때, 노동운동은 활성화된다(대표적으로 한국의 87년 노동자 대투쟁). 그런데 지금 미국을 보면, 물론 매우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그건 미국 정치에서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며, 어느 모로 보더라도 미국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거나, 혹은 정치적 기회구조 (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가 열린 상태라고 볼 근거는 없다. UAW나 Kaiser의 협상 이벤트들은 오히려 정부와 일부 정파가 노골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노동운동의 활성화를 유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현 노사관계위원회(NLRB)는 아마도 미국 건국 이래 가장 노조에 우호적이며, 현직 대통령이 파업 시위 현장에 직접 동참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제조업의 국내화(reshoring)와 조합주의 국가

그렇다면, 바이든 정권은, 바이든 스스로 자랑한 것처럼,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progressive)인 정권인가? 만일, ‘진보’라는 것을 고작해야 향후 수십년간의 ‘역사 만들기’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렇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에서 닉슨이야말로, 20세기 후반부에 가장 ‘진보적’인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는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금본위제를 폐기했으며 글로벌라이제이션(국제노동분업의 재편)을 선도했다. 그 댓가로 그는 탄핵 직전까지 몰렸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그 후 40여년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따라서 수십년 단위로 역사가 바뀌는지 진보와 보수를 평가한다면, 닉슨이 진보적이었듯이, 바이든도 진보적이라고 할 것이다. 바이든의 진보는 지난 40여년간 민주당 주류에서 홀대 내지 배제되었던 ‘조직노동’을 다시 끌어들여 포섭(co-opt)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표’를 겨냥한 ‘정치’만은 아니다. 이 변화는 미국의 대외전략과 맞닿은 국내 산업전략, 즉 제조업의 국내화 이른바 reshoring 또는 re-industrialization (재산업화)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에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바이든으로 대표되는 이 정치세력은(특히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들) 기존 산업을 재편(자본가 분파 사이의 권력교체- IT 및 글로벌 금융자본에서 산업자본 및 국가와 유착한 독점자본)하고 그에 따라 노동과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을 ‘진보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논란이 뒤따르겠지만, 적어도 ‘선도적’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들의 원형, 즉 노동을 포섭하고 노동에게 권력의 일부를 위임하며, 그 권력을 ‘국가’라는 전체 속에 복속시키는 정치를 펼친 역사 속의 대표적인 정치세력은 파시스트들이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무력’과 ‘억압’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지휘한 것이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동시적 지지를 받으면서 등장했고 그 결과 권력의 정점에 올라섰다. 이것이 역사 속의 언어로는 파시즘이라고 불리는 하위 정치체제다(그래서 당시에는 파시즘은 조합주의 국가 – cooperative state로 이해되었다). 물론 지금 시대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숀 페인을 다시 생각해 보자. ‘놀라운 노동운동가’이자, 일부에서는 ‘혁명적 노동운동가’로까지 불리는 평조합원 출신의 이 인물은 단체협약 잠정 타결 뒤, Belvedere 공장 사례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그들(stellantis)을 투자하게 만들었다”(we made them invest)라고 자부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위해 ‘투자’하게 만드는 노동운동이 미래의 세계라면, 우리는 몹시 고단한 세상을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는 어떤 의미의 노동운동가인가?

반면 태평양 건너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은 사정이 몹시 딱하다. 방글라데시의 의류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말부터 파업 중이다. 의류산업은 방글라데시의 최대 산업으로 방글라데시 전체 수출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마트, GAP, H&M, 자라, 마크앤스펜서, 리바이스 등의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fast fashion의 최대 생산지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80%가 여성이며, 한 달 최저 임금은 고작 75 달러에 불과하다. 이번 파업에는 3500개 공장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약 600 곳의 공장이 다시 가동을 재개했다. 파업에 지친 노동자들이 돌아온 것이다.

11월7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의류노동자들과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AFP통신

AP통신에 따르면, 파업 철회 노동자들중 한 사람은 “우리는 저축이 없다.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 우리가 얼마나 파업을 지속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가 일주일 내로 임금 인상을 약속했으니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임금이 너무 낮아, 최소한의 잉여를 축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업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 두 명이 경찰 강경 진압으로 사망했고, 공장으로 복귀하는 노동자들을 막기 위한 시위에서도 1명이 다쳐 중태에 빠졌다.

방글라데시의 ‘청계피복노조’ 파업

관련기업 조직인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및 수출협회(BGMEA)는 25%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노조는 최소한 월 임금이 209 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기업 대표,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정부의 최저임금결정위원회는 바로 이틀전인 7일 의류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기존보다 무려 57%나 인상한 월 113 달러로 결정했다. 최저임금결정위원회는 5년마다 한번씩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한다. 이번 결정은 향후 5년간 그 효력이 지속된다. 즉, 5년 뒤인 2028년에도 최저임금은 월 113달러로 유지되는 것이다. 당연히 노조 쪽은 너무 낮은 인상률이라며 이 제안을 즉시 거부했다.

노조가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상승률이다. 공식 통계상으로 방글라데시의 물가상승률은 연간 9%(9월 기준)가 넘으며, 물가 바스켓에서 70%를 차지하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했다. 실제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으며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만일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된다면, 5년 뒤에는 최저임금은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낮은 실질 구매력밖에 갖지 못한다. 말로는 대폭 상승이지만, 실제로는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

이 파업은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 시위와 겹쳐 그 경로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집권당 일부는 이번 시위도 야당이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는 전통적으로 노조가 직접적으로 정당의 외곽 조직, 심지어는 전위조직으로 기능해왔다. 그런 점에서 서구의 ‘시민사회론’의 허구성에 대한 실증적 비판의 사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들 국가에서는 반대로 시민사회를 노조가 대체해왔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여전히 ‘독립적인’ 노동조합, 혹은 계급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파업지도부는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수입하는 해외브랜드 기업들에게 “방글라데시 생산 업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임금 인상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계급의식으로는 갈 길이 멀다. 해외 브랜드들은 파업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에 차질 없다’고 밝히고 있고, 방글라데시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 타카(방글라데시 통화) 환율도 안정적이다. 즉, 이번 시위가 그 규모와 격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동체제에, 현재의 이윤율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UAW의 노동자들은 앞으로 시간당 40달러를 받게 된다. 방글라데시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 조건이 100% 관철되더라도,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불과 반나절 일한 노동의 댓가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의 한달치 노동에 해당한다. 두 나라 사이의 실질구매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고작해야 하루치 노동일 정도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나라 노동계급의 ‘임금 격차’를 만드는가? 숙련도? 생산성? UAW의 시간당 40달러짜리 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의 월 75 달러짜리 노동자들을 위해 H&M 불매운동이라도 해 줄까?

종속이론을 빌려서 말하자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할수록,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는 커진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노동의 승리’인가. 노동계급의 국제주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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