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부자들을 위한 노동당

민노연 창립식_087

부자들을 위한 노동당

2024년 6월 7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전망과실천> 편집부

영국총선, 노동당, 부의 창출(wealth creation), 전쟁 정당(war party), ‘제3의 길’

영국 노동당 당수 케이어 스타머. 출처 :

영국 노동당 당수 케이어 스타머. 출처 : <Indian Express>.

오는 7월 4일로 예정된 영국 총선에서는 그동안 야당이었던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80%가 넘는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럼 노동당이 집권하면 영국은 바뀔까? 바뀔 수도 있다. 근데 아주 흥미로운 방향으로.

지난 6월 1일자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노동당 당수인 케이어 스타머(Keir Starmer)는 “나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된다면, ‘부의 창출’(wealth creation)을 제1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부의 창출은 단순히 경제 성장의 결과 인민들이 부유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의 창출’은 일종의 금융 용어로, 자산 가격을 높히고 투자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해서, 금융자본가를 배불리겠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는 자산을 보유한 일반 시민(예컨대 주택보유자)들의 자산가격도 동반 상승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는 한동안 ‘wealth on paper’(대충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아파트 푸어’쯤에 해당한다)의 환상에 행복할 수도 있다.

이게 ‘노동당’으로서는 워낙 기괴한 말이라 스타머조차도 “노동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상할 수도 있다”고 자인할 정도다. 그래서 당원들이 “부자들에 대해서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 문제 없다. 지극히 편안하다“고 대답했다. 영국의 좌파 씽크탱크인 Tax Research는 스타머의 발언을 두고 “부자들을 위한 노동당”이라고 평했다. 투표는 소위 좌파에게 투표했는데, 우파가 정권을 잡게 되었다는 의미다.

케이어 스타머는 노동당내 주류 세력인 이른바 ‘제 3의 길’ 토니 블레어 일파가 제레미 코르빈 전 당수를 축출하고 내세운 간판 주자다. 한국의 개혁신당 이준석과 유사한 정치적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는 부자들을 위한 노동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한술 더 떠서 “노동당은 국가 안보당(party of national security)이”라고 선언하며 국방비 지출을 GDP의 2.5%로 늘리고, 핵무기를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부자들을 위한 당’으로는 부족해서 ‘전쟁당’(war party)도 자처한 것이다.

얼마전 현 보수당의 리시 슈낙 총리가 갑작스레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선포했을 때, 일부 평론가들은 그가 전쟁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에 총선 패배가 명약관화함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노동당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나토와 러시아와의 직접 대립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는 옥스포드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는 잘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나는 사회주의자이며(그는 젊은 시절 트로츠키주의 활동을 했다), 진보(a progressive)이며, 무엇보다도 국가를 가장 우위에 둔다”고 말했을 때, 그는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에도 ‘국가’를 제일 상위에 둔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국가사회주의자, 그리고 ‘파시스트’ 혹은 ‘나치’라고 불렀다. 스타머는 선배들로부터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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