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연구소를 발족하며

모든 이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그것도 ‘거창하게’ 보여질법한 (그러나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 그 결과가 매우 미확정적인) 이름과 명분을 걸고 시작할 때, 기대도 크고 걱정도 많습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이고,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이런 때 많은 이들의 십시일반 도움 그리고 전달되는 마음과 의지가 무언의 격려가 되고, 실제적인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를 발족하면서 제가 바라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소 학습모임과 연구 실천활동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연구소에 연구만을 하는 상근 연구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땅의 변혁과 계급적 노동운동을 위한 양질의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겠죠.

연구소로서 삼은 역할을 흔들리지 말고 잘할 것을 기대하고 격려하고, 재정 후원 해주시고, 토론회등 행사에 많이 참여해주시고, 체계적인 학습모임에도 같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사업 제안도 좋습니다. 필요한 연구 조사를 의뢰해주셔도 가능하면 수용하겠습니다. 돈벌이가 목표는 아니어야 합니다. 계급적 관점에서 좌파적 시각에서 필요한 연구조사는 노조운동과 노동운동이 변혁운동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아마 세상의 많은 연구소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넘쳐나는 연구소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노동에 대한 좌파적 담론 생산을 목표로 하는 연구소로는 드문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계급적 관점에서, 노동운동에 필요한 연구 성과로 복무하는, 이론적 실천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청년기 학생운동부터 지금까지 중요하게 머리에 새기고 가슴에 품고 손발로 실천하려는 모토가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입니다.

맑스가 말했듯이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해야합니다. 하지만 변혁은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으로서만 나타납니다. 그리고 정세 진단은 정치적 세계관과 단단한 이론의 골조 위에서 가능합니다. 정세론이 모든 것의 총화인 이유입니다. 정세에 대한 분석에서 세계관, 이론적 당파성, 그리고 현실 파악의 구체성이 다 드러납니다. 정확한 정세를 진단할 때 우리는 정확한 실천으로 구체적인 현실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정세와 실천에서 이론적 능력과 실천, 그리고 이념적 방향, 즉 당파성 양자가 균등하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론과 이념이 부재한 운동은 방향을 상실하고 동요하기 십상입니다. 외국의 것을 발빠르게 번역하여 낸다고, 혹은 19세기로 돌아가서 맑스만 읖조린다고, 20세기 초로 돌아가서 레닌과 룩셈부르크만 읊조린다고 해서 이론과 이념이 곧바로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 개입을 위한 무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생경하고 구체성이 없는 이론의, 현실에 대해 겉도는 개입일 뿐입니다.

지금 맑스를 현재화하자 혹은 21세기 맑스를 만들자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첫째, 이론과 현실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해하여 연결하고, 둘째,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분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론과 학습, 그리고 연구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셋째, 변화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적 현실에 대한 예민하고 적극적인 해석과 이론화도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인정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이 지금 세상의 변혁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론적 자세와 이론에 대한 자세라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이론적으로 도모하는 하나의 소박한 공간으로서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를 창립하려고 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서 이론적 실천의 무기를 들고, 노동이 조직노동 너머 사회적 노동으로, 좌파가 철학의 빈곤과 대안의 무능함을 떨치고 더 넓고 깊은 정치적 좌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권영숙 제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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