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유럽의 파산

민노연 창립식_087

유럽의 파산

: 유럽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23년 12월 21일  / 오늘의 챠트 Chart of the Day
<전망과실천> 편집부

유럽, 기업파산, 스칸다나비아모델, 복지국가(welfare state)

유럽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유럽 기업 파산 건수. 출처: Financial Times

덴마크, 스웨덴, 영국, 스페인,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의 지난 1년간의 기업 파산 건수는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장 심했던 때보다도 더 많다. 거시경제학자 Philip Pilkington은 이를 “일부는 금리 상승과 판데믹의 충격이 나타난 결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상당수는 높은 에너지 가격 및 현재 진행 중인 유럽경제의 파괴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만일 에너지 가격이 문제였다면,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파산 건수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에 근접했거나 오히려 초과했을 것이다 (물론 독일은 정부의 막대한 에너지 가격 재정 보조가 있기는 했다).

이처럼 기업 파산 건수가 급증하는 것은 무언가 유럽에 심각한 구조적 변화, 혹은 기존 모델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조건에 처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지배계급도 이를 알고 있다.
핀란드 연정 파트너인 True Finns(진짜 핀란드인)의 당수이자 재무장관인 Riikka Purra는 최근 “현재의 핀란드의 생활 수준은 핀란드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번 것 이상의 수준으로 너무 오랫동안 살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생활 수준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Riikka Purra에 따르면, 핀란드는 더 이상 스칸다나비아 모델도 아니고, 심지어는 전형적인 복지 사회조차도 아니다.

이런 발언은 한국에서는 익숙한 것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정당화하는 논리 중의 하나가 ‘우리는 번 것 이상으로 소비했다’, ‘또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것이었다. Purra의 발언은 아시아의 1997년을 연상시킨다.

Purra의 발언 그 자체는 틀린 것은 아니다. 북구의 이른바 ‘스칸다나비아 모델’ 혹은 ‘조합주의적 복지국가’의 모델은 서구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적 팽창을 하던 지난 100년 동안에 중심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급적 경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일부 국가에서 탄생했던 역사적 경향이었다. 스칸다나비아 모델은 1930년대 처음 배태되었고 1950년대 확립되었다. 하지만 이미 1990년대에는 해체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물적 기초는 수명을 다했다.

위 챠트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 시에 비교해서 가장 높은 기업 파산 건수를 보여주고 있는 덴마크에서 지난 11월 총선에서 이른바 ‘극우 인종주의’ 정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미 물적 기초가 붕괴하고 있는 기존의 사민주의는 어떤 전략을 취할까? 글로벌 정치무대에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전 핀란드 총리 산나 마린(Sanna Marin)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3월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9월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마린은 지난 달 영국의 ‘Tony Blair Institute’에 전략 자문관으로 참여했다. Tony Blair Institute는 ‘제3의 길’을 주창했던 전 영국 총리 Tony Blair가 지난 2015년 창립한 연구소로 ‘반 인민주의’(anti-populism)를 표방한다.

사민주의는 새롭게 등장하는 ‘극우적’, ‘인종주의적’ 정치 세력에 대항하는 ‘반인민주의, 인권, 기후/환경 위기, LGBTQ+’같은 이른바 ‘가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없는 민주주의’로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 대립’, 즉 제2의 냉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철 지난 사민주의자들은 과연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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