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신뢰도에 깃든 당파성:
“언론인은 인민의 적”인가 아닌가
2024년 9월 12일 / 오늘의 챠트 Chart of the Day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언론 신뢰도, 당파성, 미국 선거, 가짜 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8월 17일 펜실베니아 선거 유세에서 “언론인은 인민의 적”이라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물론 자신에 대해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는 개인적 불만이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의 주장이 미국 대중들에게는 충분히 먹혀든다. 미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정당 소속별 언론 신뢰도. 출처 : Axios Visuals (Gallup 데이타에서 재구성)
지난 20여 년간 미국내 대중의 언론 신뢰도 추이를 보면, 민주당원들의 대언론 신뢰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들의 언론 신뢰도는 2010년 이후에는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트럼프 정권 수립 이후 급격한 상승 추세를 보이며 이같은 상승 추세는 바이든 정권 하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반면 공화당원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공화당원중 고작 10%만이 언론을 신뢰할 뿐이며 이같은 추세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왔다.
흥미롭게도 independent(한국식으로 말하면 이른바 ‘중도’ 혹은 ‘무당파’)의 대언론 신뢰도 역시 비록 공화당원들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대중의 언론 신뢰도 추이를 좀 더 과거로 돌려서 지난 70년대 초반 이후의 장기 추세를 보자.
1970년대 이후 정당 소속별 언론 신뢰도. 출처 : Axios Visuals(Gallup 데이타에서 재구성)
지난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는 이른바 미국 저널리즘의 전성기였다. “월터 크롱카이트가 미국의 저녁을 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의 신뢰도는 높았으며 시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전운동에도 언론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특히 닉슨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 등의 폭로 보도로 인해 independent 간에 언론의 신뢰도는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신뢰도는 1980년대 이후부터 정당 소속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공화당원들이 먼저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기 시작했으며, 그보다는 완만하지만 independent들도 뒤따랐다. 그리고 이같은 대언론 불신임 추세는 공화당이 집권하던 시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원들의 언론 신뢰도는 1980년대 이후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 폭은 공화당원들만큼 크지 않았고, 2000년 대 들어서는 일정 범위 안에서 횡보 중이다.
이는 미국의 주류 언론들(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등)이 대부분 민주당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들이야말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전파자들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수혜를 받지 못한 공화당원들은 ‘대안 언론’(Alt-media)들에 더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당 소속에 따라 언론에 대한 신뢰도 격차가 크게 난다는 것은, 언론이 전달하는 ‘팩트’가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이 주장하는 팩트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든, 혹은 언론 소비자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기’ 때문이든, 언론은 더 이상 ‘팩트’의 ‘전달자’로서의 신뢰성을 상실했다. 그리고 대중은 각자의 정당 소속별로 그들이 수용하는 정보와 그를 기초로 구축되는 세계관이 갈수록 더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위의 챠트들은 그들이 이미 서로 화해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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