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국민, 다른 세계
: 정치 성향은 경제도 다르게 보게 한다 -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혹은 망상
2025년 3월 31일 / 오늘의 챠트 Chart of the Day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지난 3월 28일 발표된 3월 미국 소비자 심리 지수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미국의 미시간대학(UofM)에서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는 Conference Board의 소비자 신뢰지수와 더불어 미국 경제 당국의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금리)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소속 정당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향후 1년 예상치) 파란 선은 민주당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붉은 선은 공화당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출처 : University of Michigan
미국 공화당원들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0.1%). 반면에 바이든 정권 하에서는 인플레이션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던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승리 이후에는 인플레이션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6.5%).
이 챠트는 소속 정당별 단기 인플레이션(1년) 기대 심리를 나타낸 것이다. 이전에도 소속 정당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차이를 보이기는 했었다. 그러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최소한 그 방향은 동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아예 정반대의 인식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공화당원과 민주당원들이 처한 경제적 현실이 소속 정당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경제적, 사회적 증거는 없다. 학력별, 소득별, 직업별, 지역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봤자 오십보백보다. 즉, 소속 정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미국 대중들은 동일한 경제적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미시건대학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동일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집단들이 각기 속한 정당에 따라 미래에 대한(따라서 현재에 대한) 정반대의 인식과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말로 해서, 이들의 ‘인식’(기대)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 또는 ‘정치적 기대 지평’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경제적 현실’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을 반영하는 경제 통계를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 결정의 중요 참고 자료로 삼아야 할까? 그 신뢰성은 어디에서 담보될 수 있을까?
이 챠트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은 같은 땅위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누가 옳고 그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망상’과 ‘저 망상’이 교대로 인간들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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