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돌려줘야 돈을 준다”
“그건 이란의 돈이다. 그걸 돌려주는 이유는, 그래야만 미국이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30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트럼프가 미국의 과거 대통령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예전 대통령들은 차마 창피해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트럼프는 거리낌 없이 한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18일 트럼프는 이란과의 잠정 휴전협상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미국이 압류하고 있는 이란의 현금성 자산(약 240억 달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건(미국이 동결한 이란 자산) 이란의 돈이다. 그들의 돈이다. 그걸 돌려주는 이유는, 그래야만 미국이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이 그다지 크게 이 발언을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금융분석가들은 이 말을 듣고 자지러졌다. 미국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이유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라고? 낯설게 들리겠지만 트럼프의 솔직한 발언은 사실이다.
미국이 별의별 이유를 들이대면서 자신의 이해에 따르지 않는 국가나 해외기업들의 자산을 동결한 나머지, 전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즉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달러화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이 자산은 언제든지 미국의 ‘제재 대상’, 즉 미국이 몰수해 갈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즉 내 돈이 아닌 것이다. 이미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빌미로 미국과 유럽이 3,000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 자산을 압수하고 심지어는 거기서 나오는 이윤의 일부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면서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졌다.
사실, 이 발언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이는 2016년 오바마 정권의 재무장관이었던 잭 류가 ‘sanction overreach’(과잉 제재)를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이다. 미국도 제재의 역효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트럼프의 기자회견 당시 옆에서 멀뚱멀뚱 눈만 굴리고 있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023년에 이미 “미국의 경제 제재는 길어봤자 5년 뒤에는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즉 28년 무렵이면 그동안 미국의 전가의 보도였던, 돈 안들이고 전쟁의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경제 제재는 무력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의 발언은 여기서 한술 더 뜬 것이기는 하다. 트럼프는 “돈을 돌려줘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라고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여기에는 역외 조세회피 지역에서 달러화 자산을 축장하고 있는 미국 투자자들도 당연히 포함된다)이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이 고작해야 몇백억 달러를 적대국에서 강탈한다고 해서 미국 투자가 안들어올까봐 걱정한다고?
걱정할만 하다. 지난 6월 초 발표된 미국의 순대외투자자산 현황(NIIP)에 따르면 미국의 순자산(미국의 대외투자분과 해외투자자들의 대미 투자분)은 마이너스 21조 달러에 달한다. 무려 21조 달러다.
만일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처분해서 환수해간다거나, 혹은 단지 추가로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휘청인다. 이미 미국 국채시장은 해마다 차환(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국채를 재발행하는 것)해야 하는 규모가 연간 9조 달러를 넘었다. 뭐 하나 삐끗했다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미국은 해외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눈치 중에 첫번째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화 자산에 대한 ‘보장’이다. 즉 맘대로 뺏아가지 않겠다고 서약해야 하는 것이다. 이란이 그 첫번째 시범 케이스인 셈이다. 트럼프가 정치적으로는 국내외에서 온갖 수모를 다 당해가면서까지 이란과의 협상안에 서명한 것은 미국의 처지가 그만큼 옹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번째 눈치는 미국이 계속해서 해외투자자들이 투자할 만한 대상으로 남아야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 투자분이 계속 가격이 상승하거나, 또는 새로운 투자 대상이 ‘개발’되어야하는 것이다. 왜 미국에서 대상만 바뀌어가면서 계속 자산 버블이 생기는지는 이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버블이 터지면? 미국은 폭탄이라도 집어던지면서 돈을 빼가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수밖에 없다. 빚에 몰린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고리대금업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빚에 쪼들린 망상병 환자다. 자본주의 하에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라면 달래가면서 관리 파산시키는 수밖에 없지만, 핵무기를 들고 있는 국가가 대상이 되면 끝이 고울 리가 없다. 언젠가는 빚진 놈이나, 빚 준 놈이나 둘 다 크게 한번은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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