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0 마일은 너무 멀다”
- 미중회담에서 ‘대만’이란?
2026년 5월 29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미국은 9500 마일(약 12,000km)이나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하지는 못한다”. 지난 5월 1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한 뒤 FOX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9500 마일은 미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거리를 말한다.
이란도 멀다. 미국에서 약 5600 마일(8500km) 떨어져 있다. 어쨌든 미국은 전쟁을 해보긴 했는데 결과가 신통찮았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적어도 대만 문제에 관한 한, 현재로서는 현상 유지(status quo)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단지 ‘물리적으로’ 시도해 본 서아시아(이란)에서의 모험에서 실족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아예 싸워볼 엄두도 못내고 ‘동작 그만’을 외쳤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고? 지난 2024년 4월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서명했던 953억 달러에 달하는 대외군사지원법안을 트럼프가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시켰다. 동시에 일본에 대한 무기 판매도 중단시켰다. 명분은 이란에다 하도 쏴대서 미군도 재고 부족이라는 것인데 이란과 고작 한달 보름 싸우고 무기 재고가 간당간당할 정도면 아예 처음부터 대만을 놓고 중국과 자웅을 겨루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면 대만은? 트럼프의 9500 마일은 “우리(미국)는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발언 바로 다음에 나온 것이다. 즉, ‘미국은 대만 독립을 위해 싸워주지 않을 것이다, 너무 멀어서 우리 못싸운다, 그러니 독립하겠다는 소리하지 말아라’가 트럼프의 발언의 요체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는 시진핑과의 흥정의 결과일 수도 있고 미국의 새로운 안보노선인 ‘유연한 현실주의’의 결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더 이상 지역 안보를 유지하는 수호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및 한반도와도 결국엔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 국방부(전쟁부) 정책 담당 보좌관인 엘브리지 콜비의 지난 2024년 발언, 즉 “미국은 중국의 라이벌로서가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엄숙한 선언은 우스개가 되어버렸다. 콜비는 중국을 ‘지역 패권국가’로 격하시키려 했지만, 현실에서는 미국이 과연 중국의 라이벌 수준일 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어차피 미국이나 중국이나 당장은 대만을 둘러싸고 물리적 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을 ‘수단’으로 삼아 중국을 저지하고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이며, 중국으로서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대만은 중국 영향권으로 빨려들어오는데 굳이 총칼 들이댈 이유가 없다(중국의 시간표 상으로는 적어도 2047년까지는 대만 통일을 이룰 생각은 없다).
미중 사이에서 ‘춤추는’ 대만의 정치인들은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한국은 미국의 역내 세력 약화를 계기로 전시작전권 환수 등 자주권 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는 실은 미국이 힘을 되찾을 때까지는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지배층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으며, 당장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합의된 경로도 갖고 있지 못하다.
한국은 과연 지난 1948년부터 주장해온 ‘단독정부’에서 벗어나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공존할 수 있을까? 미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늘 앞으로 나란히 정렬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이번에는 (대만 문제를 두고) 앞장서 총대 메다가 중국 정권의 분노를 샀는데(미국의 Axios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개별 회담에서 대만의 라창더 총통과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매우 감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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