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의 스펙타클, 이면을 보자
2026년 7월 30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글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 6월 29일 정부와 여당이 삼성, SK 등 재벌 기업과 함께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은 한순간에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정부는 반도체 ·피지컬AI ·AI데이터센터를 ‘핵심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 기업들이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에 800조 원,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550조 원,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거점에 390조 원 등 1,6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고, 정부는 이를 위한 인프라를 전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전 공론화 전혀 없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한자리에 나와 유례없는 규모의 ‘국가’ 개발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국민은 이를 ‘통보’받았다.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과 총력 지원이라는 개발 독재 시대의 용어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반도체 인력 10만명 확보 계획, 정주 여건을 만들기 위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에 높은 수준의 각급 학교 신설 등의 교육 정책이 제시되고, 반도체 산단과 AI데이터센터에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 증설 계획, 용수 적기 공급 계획도 나온다. 적기에 배후가 될 첨단도시를 공급하겠다며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후 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농지전용 등의 영향평가를 모두 신속 인허가해주겠다는 약속도 빠지지 않았다.
주로 기대감과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136개 시민사회단체가 7월 13일 “3대 메가프로젝트, 개발 폭주를 멈추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기후·에너지·환경·노동·농업·지역·민주주의·공공성·경제 등 사회전반에 끼칠 문제에 공동대응해 나가기 위해 8월 중순 출범을 목표로 ‘(가칭)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 공동행동’ 결성을 제안했다.

사라진 기후위기 대응
현재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한국의 기후, 생태적 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기국가 비전’을 내세운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전기가 사용되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AI 산업 진흥과 재생에너지 전환은 공존이 불가능하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지만, 이미 미-중동 전쟁 여파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6월 말 폐쇄 예정이던 하동화력 1호기는 폐쇄 시점 9개월 가량 미뤄졌고, 삼천포화력 6호기 LNG 대체 사업은 기존 2029년 11월에서 2031년 12월로 변경됐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산단의 15GW, 서남권 반도체 산단 6.3GW와 전국 데이터센터 18GW의 전기 수요까지 감당하려면 탈탄소 전환은 더 늦춰질 것이다. 애초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하기로 했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더해 추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4~5년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AI 광풍은 비약적으로 전기 소모량을 늘리며, 조금씩 이어지던 재생에너지 흐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대규모의 데이터센터다. SK, GS, 네이버 등이 AI 데이터센터에 550조원을 투자하여, 2035년까지 울산, 동해, 세종 등 전국적으로 총 18.4GW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이면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AI 인프라 허브가 될 거라고 자랑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는 환영받지 못하는 시설이다.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에 80여개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되어,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이 국가 전체 소비량의 23%를 기록할 지경이 되었다. 심각한 전력 문제로 3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아예 금지해오다가, 최근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용 전력량과 동일한 용량의 자체 발전을 의무화하고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시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1]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압력과 타협하는 대신 규제를 도입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자체 발전이 재생에너지도 아니고, 재생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쓴다 하더라도 발전 및 송전 설비에 들어가는 희토류를 포함한 금속 채굴, 발전 설비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 등으로 인한 생태적 부하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내 전체 발전량 중 민간 생산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데이터센터 이외에는 용처가 없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거대한 발전 설비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도 문제적이다. 미국 뉴욕주가 하이퍼스케일로 불리는 대형 데이터 건설 신규 인허가를 1년간 중단하기로 한 것도 급증한 전력 수요와 용수 사용이 전력망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전기를 오로지 AI를 위한 데이터센터에 사용하기 위해 생산하는 지금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제기가 늘어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정부가 먼저 특정 대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기 위한 전기를 공급해주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먹고 마실 수 없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우려되는 담수 문제도 있다. 물 문제는 지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호남지역은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281일 동안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광주 전남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주암댐, 동복댐의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발간한 ‘영산강.섬진강유역 가뭄백서(2022~2023)’에서도 이 지역이 점점 더 가뭄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돼 있는데도, 정부의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 일일 65만 톤 용수 공급 방안」에는 이런 문제가 전혀 담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뭄 대책’으로 배정된 수자원량을 반도체산업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2]
전문가들은 극한 가뭄 시나리오별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을 포함해, 지역사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자원을 어떻게 융통할지 비상대처계획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3] 이런 사전 대책 없이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 각각 허리케인이 들이닥쳐 수백만 명이 정전을 겪고,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수십만 세대의 가정과 사업체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그 지역 데이터센터들은 잘 돌아갔다. 우루과이에 있는 구글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우루과이에 최악의 가뭄이 들어 수도 몬테비데오 지역 수도에 소금물이 섞여 나오는 시기에도 식수를 사용하며 문제없이 운영됐다.[4]
최근 데이터센터의 담수 소모가 문제가 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담수 소모를 줄이겠다 혹은 이미 기술 발전으로 담수 소모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어떤 작업에서 얼마만큼 물을 사용하는지 정확하고 세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2025년 영국의 국가공학정책센터(NEPC)는 데이터센터의 자원 소모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국 정부에 기술 기업의 환경 보고를 의무화하고 AI 시스템의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5]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이 환경영향평가를 신속처리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묻지마 반도체 밀어주기, 뒤로 밀리는 노동권
이 모든 것이 대기업의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특정 지역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와대와 재벌 총수들 사이의 담합 외에 어떤 공론화도 없었다. 메가프로젝트 발표에서는 삼성과 SK의 투자와 이익이 ‘대한민국’의 투자와 이익으로 손쉽게 치환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이후, 지역 상권에조차 낙수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분기당 영업이익이 각각 57조, 37조에 달했지만, 이 중 노동자들에게 돌아간 금액은 일부일 뿐이고, 이는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사용되면서 자산격차는 더 커지게 됐을 뿐이다.[6] 그런데 왜 국가가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지원을 이 기업들에 해 주어야 하는가.
게다가 지금의 이런 투자는 ‘묻지 마’ 식으로 AI 거품에 올라탄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도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삼성과 SK 등 반도체 회사들의 천문학적 이익은 빅테크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와 연산 능력에 기반한 AI 개발에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투자가 실제 가치나 수익성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세계 하이퍼스케일 컴퓨팅 투자액이 총 6100억달러(약 895조6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현재의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거대 기술기업들은 2030년까지 연간 2조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추산하는데, 이는 현재보다 매출이 100배 늘어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7]
메가프로젝트 계획 발표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후 한국은행에서 7월 9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라며, 국내 증시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발표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빅테크 CEO들을 잇따라 만나며 메가프로젝트보다 더 큰 계약을 따낼 것처럼 부풀리고 있지만, 설령 투자 계약 체결에 성공하더라도 국가경제를 버블이 우려되는 특정 산업에 ‘몰빵’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사회적 가치가 ‘반도체 산업’ 뒤로 밀려나는 가운데 당연히 노동권 침해도 우려된다. 정부는 기존 경기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최종 팹 완공 시점을 각각 7년(2047→2040년), 12년(2045년→2033년)을 단축하고,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를 임기 내 완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 내내 투자의 골든타임, 적기 공급, 적기 가동, 적기 지원이 끝없이 강조된다. 안전보다 속도가 강조되는 대규모 사업에서,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얼마나 침해될지 벌써 두려울 정도다.
메가특구법을 통해 서남권 메가특구에 연구개발(R&D) 인력 등의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8] 2024년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며, 반도체 연구개발직에 대한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 제외에 대해 강한 저항이 있었고, 결국 반도체특별법에서는 이 조항이 빠지게 됐는데, 메가프로젝트 광풍 속에서 다시 시도되는 것이다.
지난 6월 발의된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피지컬 인공지능의 연구 시범운영을 촉진하기 위한 시범지역을 운영하고, 이 시범지역 내에서는 연구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개인정보 활용 규제를 ‘배제’해주고, 특정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상 및 음성 정보도 수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규제 특례가 담겨 있다.
첨단 산업 규제가 미비하고 조직된 노동자 감시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반도체를 필두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는 수많은 안전 사고와 직업병이 발생해왔다. 올해 6월에도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허술한 규제와 묻지마 반도체 지원 속에 노동권, 생명권이 위협받는다.
메가프로젝트의 허상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론에도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더욱 그러하고, 반도체산업 역시 매우 자본집약적인 장치 산업으로 실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기술 측면에서만 봐도 계속해서 스케일을 늘려가는 방식의 AI 발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이를 통해 자본이 얼마나 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지나간 뒤 지역에는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폐허만 남을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 담론이 기후와 생태 영향, 용수 부족 문제 등 지역사회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계산에 넣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도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다. 기후 위기 악화시키고, 불평등 확대시키고, 지역을 자본의 이해에 맞게 마구잡이로 재편하고, 노동권과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 기치를 들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메가프로젝트의 숨겨진 문제를 드러내며 운동을 조직하는 일은, 지구의 생태적 한계 내에서 더 많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할 발전 전망을 찾고, 이윤이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노동을 중심으로 생산을 재조직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 지금과 같은 방식의 AI 개발이 필연적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임을 드러내고 다른 기술적 경로를 탐색하는 일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메가프로젝트의 스펙타클 이면의 문제를 직시하는 것, 다른 체제를 건설하는 운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1]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신설에 ‘전력 자체 조달’ 원칙, 연합뉴스 2026.6.8
[2] 호남 반도체 공금용수 알고보니 ‘가뭄 비상용수’였다, 경북도민일보, 2026.7.7.
[3] “호남 용수 많다”는 정부…최악 가뭄 닥치면 생길 일, 중앙일보, 2026.7.7.
[4] 카렌 하오, 『AI 제국 : 권력, 자본, 노동』 12장 수탈당한 땅
[5] 민기, 화석연료와 데이터센터의 잘못된 동행, 『AI 윤리레터』 2025.2.12.
[6] 억대 성과급’ 하이닉스 낙수효과 없었다… 통계분석 첫 확인, KBS 뉴스, 2026.4.26.
[7] AI 자본투자 거품론, ‘제2 닷컴 버블’ 우려 속 수익창출 여부가 관건, 한겨레신문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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