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요지] 2026년 신년정세전망

제국없는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 체제전환과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자유주의 헤게모니

- 정치와 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2026년 3월 30일 / 교육 선전

2026년의 국제정세에 대해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은 ”칼 위의 역사、길 위의 역사“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납치극이 벌어지자 12월말에 쓴 글을 1월3일 다시 고쳐써   연구소 <전망과 실천> 27호에 게재한 글에서다. 이 글의 제목이 ”제국없는 제국주의、그리고 위기의 차이와 반복“이었다. 그리고 2월 국제정세 전체에 대한 2번째 글의 제목은 ”막장의 세계、그리고 위대한 세력균형”이었다.

이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트럼프 정권이 모험주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으며 이미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은 그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는 각 지역별로 정치적 경제적 분산화 및 블록화를 야기할 것이며, 동맹들 사이의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2월 20일 이란을 침공했다. 칼 위의 역사는 길 위의 역사로 나타났고, 길 위의 역사는 체제 전환기에 운동과 정치는 무엇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고, 이제 이 질문은 더이상 회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7일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는 연구소 창립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세전망 강연회를 열었다. 권영숙 소장이 “”제국없는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 체제전환과 한국 자본주의, 그리고 자유주의 헤게모니”라는 제목하에 2026년 정세전망을 강연하고, 마지막으로 “정치와 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질문하였다.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강연회는 미국의 대이란 침략전쟁이 발발하면서 깃든 지구적인 지정학적 질서의 팽팽한 긴장과 비극적인 정조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밀도 떨어지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작년 연구소는 처음으로 정세전망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소장은 실종된 ‘정세론’을 환기하는 문제제기로부터 강연을 시작하였다. 즉 정세란 무엇인가?라는 정세론을 바탕으로 2025년 정세를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주객관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때 던진 화두는 “세계는 어디서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였다. 올해는 더욱 실천적인 화두 “운동과 정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걸맞게 그의 정세론은 한결 더 선명해지고 나아갔다.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의 의미를 풀어쓰며 “정세는 전술이다”로 정세론을 말했던 데 이어서 이제 “주체형성으로서 정세”론을 펼쳤다. 그는 정세분석과 전망보다 이 정세론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고, 이것을 이해할 때, 드디어 “정세는 전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자는 2025년에 이어 더욱 구체화된 질문을 7개로 던졌다. 이중에서 핵심적인 새로움은 다음 3가지 질문, 즉 3. ‘제국없는 제국주의’시대, 미국 헤게모니와 세계화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6. 이재명정부는 한국발전전략의 한계를 어떻게 풀고 있는가?  -10.29 한미합의와 이재명정부의 정치경제학, 7.  좌파의 부재 위기와 계급운동 정립의 과제 –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 누구의 힘을 만들 것인가? 로 보인다.

연사는 정세전망을 “세계체제”를 바라보는 여러 전제들과 그것들이 가진 인식론적 장애를 설명하면서 시작했다. 이는 한편으로 반제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다른한편으로 민주주의 환원론적 시각에 대한 비판이었다. 반제가 아닌 반독점의 사고 속에서 제국주의 세계체제를 봐야한다. 국가주의적 사고로부터 탈피하여 제국주의를 국가간 관계가 아닌 하나의 단일 체제로 봐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해 그는 드디어 “제국없는 제국주의”라는 시대규정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헤게모니의 붕괴와 세계체제의 균열은 제국의 해체일지언정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해체일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제국없는 제국주의’의 시대다.  다극화와 글로벌 사우스, 세계 다수 (world majority), G2등 다양하게 표현되는 전지구 지정학적 질서의 전환기에서 더욱 분명하게 자본주의 구조의 동학을 중심으로, 즉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변혁의 시각을 견지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연계를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분리하여 민주주의를 독자화하여 바라보는 사고가 정세 분석에서 보이는 오류가 점증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신좌파까지 대부분에게 걸쳐있는 문제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4년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이후 국회의 해산결의, 4월4일 헌법재판소의 판정까지 긴 시간동안 지속된 이른바 ‘윤석열 탄핵국면’과 그 결과, 앞당긴 선거로 집권한 민주당 이재명 정부에 대한 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때부터 자신의 입장을 통해 선명하게 친자본 -그것도 대자본가들에 대한 친화적 태도와 해외 투자자본에 대한 호의를 표했다. 이는 이전의 민주당이 가졌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자유주의 정치질서의 경제적인 완성과 성숙을 향한 대통령등 집권세력의 의지이다. 동시에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사회경제적 한계와 위기가 난관에 봉착했고 이것이 윤석열의 계엄이라는 ‘정치적 사변’으로 나타날만큼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강연자는 2024년부터 한국자본주의 발전모델의 한계와 전지구 지정학적 변동의 연계, 그리고 한국 제도정치내에서 보수 양당간의 화해 불가능한 갈등 – 윤석열 ‘테크노크라트’ 정부의 2024년 총선 참패와 민주당 다수당의 ‘여소야대’가 앞으로 가져올 위기의 징후를 설명했었다. 윤석열의 계염시도는 그 과정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국면을 거쳐 민주주의대연합은 새롭게 복귀했고 민주 대 내란 세력의 이분법적 구도가 모든 정치적 ‘분열선들’을 잡아먹었다. 어떤 다른 갈등들 특히 계급적 사회경제적 분열선은 등장조차 하지 못했다. 불평등과 비정규직 노동에 관한 문제조차 문제화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들은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었고 차별금지로 일원화되었다. 민주대연합 안에서 포용 가능한 선이었다. 그것이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강화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집권했고, 여소야대의 의회권력까지 합쳐서 국힘을 내란세력의 일부로 몰아세우면서 ‘동진전략’을 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내란세력 민주연합안으로 진보세력을 끌어들여서 진보의 급진화, 좌경화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주의연합전선에서 민주당의 헤게모니는 결국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와 발전모델의 한계, 이에 대한 대자본가들들의요구- 즉 수출대자본가 중심의 자본가동맹의 세력재편을 위한 국가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이는 2025년 10.29 한미 관세합의라는 이름의 한미간 합의를 통해서 미국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 재배치에 결속되는 것이었고, 동시에 이는 한국 대자본가계급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대약진’을 펴기 위한 정권과 자본의 합의이기도 했다.

권영숙 소장은 국내정세와 국제정세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일관되게 강조하였다. 그것이 그가 펼치는 제국주의론이다. 제국주의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이고, 나아가 계급문제인데, 지금 한편으로 반제 민족주의, 다른 한편으로 내란 반대 민주주의는 양자 다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재하거나 허약하다고 비판하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운동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또 지금까지 진보정당정치는 어떤 모습이며, 좌파 계급정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하나의 궤도 위에 있는 상관적인 체제의 구획과 구체적인 정세분석은 청중으로선 소화하기 힘들만큼 방대하였다. 시간은 부족했고 논의는 많이 곁돌았다. 여전히 한국 사회와 운동은 새로운 정세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질문들 중에서 위기감은 드러났다. 이란 전쟁에 대한 질문들에서 특히 그랬다. 결국 전쟁은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본성을 어김없이 유감없이 드러낸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듯이, 야만이냐 사회주의냐. 굳이 사회주의를 말끝마다 말하지 않더라도 정확한 정세분석은 그에 이르는 길을 질문하는 것이다. 그것이 ” 칼 위의 역사”에서 “길 위의 역사”를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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