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노동자, 세입자여 단결하라“

- 주거권 없는 부동산 정책과 투기 개발만 부추기는 6.3 서울시장선거

2026년 5월 29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SNS 메시지 정치에 그친 주거정책

이재명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 근절’를 언급하며 연초부터 부동산 관련 SNS 메시지 정치를 이어갔다. 대통령의 SNS 메시지만으로도 강남·서초 등 서울의 고가 아파트 가격의 과열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강경한 SNS 메시지가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정책은 뒤따르지 않았다. 작년 6.27 대출 규제와 올해 5월 6일까지 일몰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유예를 예정대로 종료한 것 정도다. 임대사업자 특혜 축소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규제 강화의 SNS 메시지도 있었지만, 정부나 여당의 관련 정책이나 입법은 없었다.

정책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머문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제시하는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이 자산 양극화 해소나 주거권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본질이 주거 불평등 해소보다는 부동산시장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 정책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몰린 자산 투기를 주식시장으로 집중시키겠다는 기조로, 자본시장 활성화로 경제성장의 활로를 만들겠다고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부동산 투기를 대신할, 주식·금융 투기를 부추겨 또 다른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주택·부동산으로 인한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식에 대한 ‘빚 투’까지 폭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 빚내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가 36조 5천6백75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1년 전 19조 2,238억 원 대비 약 16조 8,000억 원 이상 폭증했다. 무엇보다 자산보유자에게 유리한 금융시장 구조하에서의 주가 부양책은 고착화된 부동산자산 불평등과 결합하면서, 더욱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킬, 공급만능론

정치권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주의자들이 연일 주택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며 공급만능론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이 주거 문제 해결의 주문처럼 따라붙어 각종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서울·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지속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서울 주택공급만 봐도 연평균 7만 호씩 공급됐다. 공급부족 때문이라는 시장주의 공급만능론자들의 진단으로는 집값 상승의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대심리가 크게 작동하는 주택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은, 투기적 가수요를 위한 공급 주문일 뿐이다. 살 만한(live) 집에 대한 공급보다, 투기적 목적으로 살(buy) 집에 대한 공급 주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수식어로 포장한 주택공급 대책을 끊임없이 쏟아냈지만, 정책의 목적은 주거권 보장이 아닌 부동산 경기 조정이라는 경제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주요 주택공급 정책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보다 기재부 장관이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 집 갖기’를 실현하게 해줄 것 같이 80년대 후반부터 연간 50만 호 내외로 주택을 공급했지만, 자가점유율은 1980년 58.6%에서 2024년 58.4%로 변동이 없다. 아무리 주택을 건설하고 빚내서 집 사라며 자가 소유를 촉진해도, 자가점유율은 60% 이하를 맴돌 뿐이다. 새로 건설된 아파트가 집 있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수를 늘려주는 수단이 될 뿐이었다. 공급만능론은 주거 문제의 해법이 아닌 주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문이었다.

 

착착신통’- 개발 경쟁만 하는 정원오세훈

6.3 지방선거에 나선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역시 주택공급만능론을 내세우고 있다. ‘닥치고 공급’이라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다. 정원오 후보의 ‘착착개발’과 오세훈 후보의 ‘신통기획2.0’ 모두 임기 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약 31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판박이 공약으로 경쟁하고 있다.

‘착착’과 ‘신통’ 모두, 각종 인허가 절차를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고, 용적률 특례와 공공기여 축소 등으로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누가 더 빨리 개발하고, 누가 더 많이 지주 조합을 지원할 것이냐”는 공공성 후퇴의 경쟁만 있을 뿐이다. 주택공급이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라 포장하지만, 무분별한 정비사업으로 인한 투기 촉발, 공동체 붕괴, 낮은 재정착률, 강제퇴거 문제 등 반복되는 정비사업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 제시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주거·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 둘을 ‘정원오세훈’이라 칭하는 이유다.

정원오세훈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찾은 현장과 집단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이고 조합 임원들이었다. 지주 조합원들의 ‘낡은 집에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라는 말은 노후·저층 주거지 ‘주민’들의 목소리로 대표되며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70% 이상이 세입자이고, 소유주들의 다수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그 집과 동네에 살지 않는 다수의 외지 소유주들이 그 동네의 개발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하며, 주민의 지위를 독점해 투기적 개발 이익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본질이다. 정작 세입자를 비롯한 거주민들은 축출되어 개선된 주거환경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뉴타운 악몽의 재현. 31만 호 공급이라는 사기

정원오세훈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5년간 31만 호를 공급(착공 기준)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주택공급 공약에서 철거되어 사라지는 주택의 수는 감춰졌다. 정비사업은 빈 땅에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다.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전면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31만 호를 공급하기 위해 기존 주택 22만 3천 호가 철거된다. 주택의 순증은 31만 호가 아닌 8만 7천 호라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감춰진 숫자가 있다. 재개발 지역의 경우, 다가구주택의 비율이 높다. 다가구주택은 보통 3층 이하 주택으로, 보통 3~5세대가 독립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연립·다세대주택과 달리 구분등기가 되지 않는 1채의 주택이다. 즉, 주택 수로는 22만 3천 호가 철거된다 하지만, 재개발구역의 다가구 비중을 반영하면 31만 호 고가 아파트 공급을 위해 사라지는 저렴 주거가 30만 세대 내외는 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31만 호 공급 공약이 집이 완공되는 준공 기준이 아닌 공사를 시작하는 착공기준이라는 것이다. 즉 31만 호를 착공하면 그만큼의 기존 저렴 주거는 모두 철거되는데, 새로 지어지는 주택은 없는 상태가 된다. 31년까지 31만 호 착공이라는 정원오세훈 후보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도 낮지만, 이대로 실현돼도 문제가 심각해 진다. 5년 내 새집이 생기지 않지만, 저렴 주택에 살던 최소 25만~30만 세대가 집이 철거되어 이주해야 한다. 대규모 이주수요가 5년 내에 몰리면, 인근 전·월세 가격과 집값을 폭등시킨다.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결코 주거안정 대책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저렴 주택을 고가 아파트로 교체해 ‘비싼 서울 만들기’인 셈이다.

 

G2, G3 서울? 비싼 서울 만들기

정원오세훈 후보의 ‘비싼 서울 만들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공약이 있다. 정원오 후보는 ‘G2 도시’ 서울을, 오세훈 후보는 ‘G3 도시’ 서울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을 글로벌 도시경쟁력 2위, 3위로 도약시키겠다는 공약이다. 이들이 말하는 도시경쟁력 평가는 국제 투자 활성화에 강조점을 둔 글로벌 컨설팅기업들의 평가이다. 두 후보는 G1 도시인 뉴욕과 견줄 서울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서울을 글로벌 도시 2, 3위로 도약시키는 수단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전면에 내세웠다. 용산역 바로 뒤편, 약 50만 ㎡의 대규모 공공택지인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2007년부터 당시 오세훈 시장이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다 2009년 용산참사를 촉발했고, 2013년 시행사의 최종 부도로 실패했다. 2022년 재보궐선거로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다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며, 서울 도심 대규모 공공택지를 다국적 기업에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윤석열 정권에서도 공공기관 효율화를 내세우며 발표한, 공공자산 매각 계획에 가장 큰 규모로 용산정비창 공공부지의 매각이 포함되었다.

정원오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윤 정권 당시 공공자산 매각 계획의 중단 조치에 맞춰, 토지 매각 대신 개발권만 판매하고 토지는 99년 장기임대하겠다며, 오세훈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에 법인세, 취득세 등 세금 감면과 비자 쿼터 확대 등의 각종 규제 완화를 적용해, 다국적 기업을 위한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하겠다는 데는 차이가 없다. 정원오세훈 후보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은 결국 ‘누가 더 많은 규제 완화를 제공하고, 누가 더 많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느냐’는 경쟁만 있다. 서울 도심의 대규모 공공토지를 다국적 기업을 위한 땅으로 사용하고, 투기를 촉발하는 개발 구상이라는 점에서 역시 닮은 꼴이다.

한편, 정원오세훈 후보가 ‘글로벌 G1 도시’로 칭송하며 뒤쫓겠다는 뉴욕은 어떤가? 글로벌 도시경쟁력 1위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비싼 도시’를 만들었다. 작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가 당선된 이유에는, 글로벌 기업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에서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통받는 뉴욕 시민들이, 공공주택(social housing) 확대, 임대료 규제 강화, 공공토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2021.10.1. ‘세계 주거의 날’을 앞두고, 반빈곤·주거 활동가들이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를 기습 점거하며 “주거 불평등 여기서 끝내자!”는 구호의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미래를 위해 점거하자’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만국의 노동자, 세입자여 단결하라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빈곤·주거단체들도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본질이 가난한 이들을 도심 외곽으로 내쫓는 것이라며 철거민들과 함께 싸워왔다. 특히,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주거 불평등을 끝낼 상징적 공간으로, 용산정비창 공공부지의 매각 반대와 대안적이고 공공성이 높은 개발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세입자가 다수인 도시, 주거 불안이 심각한 도시 서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위한 랜드마크 빌딩도, 수십 억 원의 고가 아파트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는 더 불평등한 도시 서울, 더 비싼 도시 서울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일터인 노동 현장에서 억압받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삶터인 집 문제로 이중의 고통을 받는 불평등이 심화할 현실을 생각하면, 부동산의 도시 서울을 주거권의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이 모색되어야 한다. 만국의 노동자, 세입자여 단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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