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인 국유화 물결

: 예외적인 사례로 머물지 않고, 지금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

2026년 6월 15일 / 오늘의 차트 Chart of the Day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신자유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이게 무슨 말씀인가 하겠지만,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취임이후 반도체 업체인 Intel의 지분 10%를 인수했고, 희귀원소 광물업체의 지분도 인수했다. 언어로 포장하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이 ‘인수’는 ‘국유화’(nationalization)다. 무슨 이유를 갖다 붙이든, 그게 ‘국가안보’ 때문이든, ‘수익성’ 때문이든 간에 국유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미국에서 국유화라니, 라는 충격을 감추기 위해 ‘지분 인수’라는 포장용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

 

국유화하면 나라가 망한다느니, 자본주의에 반한다느니, 있을 수 없는 사회주의라느니 하는 벽창호 자유주의자들의 고정관념을 제쳐놓고 보면, 자본주의 국가의 국유화 시도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의 국유화 물결은 좀 다르다. 왜냐하면 이것이 단지 한 두 나라에 그치지 않고, 즉 예외적인 사례로 머물지 않고, 지금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넬대 역사학 교수인 Nicholas Mulder는 최근 IMF blog에 기고한 글에서 이를 ‘네번째 전지구적 국유화 물결’(fourth global nationalization wave)라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20세기에 들어서만도 이미 3번이나 그같은 대규모 전세계적 국유화 물결이 있었고 이번이 4번째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국유화 물결. 출처: IMF blog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첫 번째 국유화 물결은 대공황인 1930년대에 일어났다. 두번째 물결은 2차 대전 직후인 1945-52년도에 벌어졌으며, 이번 네 번째 전의 세번째 물결은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 와중에 대규모로 일어났다.

 

Mulder는 2020년 이후를 네번째 지구적 국유화 물결로 규정한다. 그는 이번 국유화의 특징을 “지경학적 파편화의 시기에 경제 정책의 사활적 수단으로서의 국유화라는 정치적 확신에 기반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말로 해서, 국가가 ‘시장’을 대체하는 신호인 것이다.



여기서 논지를 분명히 드러내보자. 자본주의가 자신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체제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그것은 대규모 자본투자와 공급망 재편을 필요로 하면서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동시에 국가는 민간 자본 소유구조에 개입하여 필요하다면 ‘국유화’도 서슴없이 단행한다. 신자유주의자들과 대부분의 사민주의자들이 ‘국유화’를 사회주의와 등치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의 국유화는 이제 4번째 물결에 이르도록 기본적인 성격이었다. 단지 자본의 이름을 ‘시장’으로 대체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신화에 갇혀있는 것은 자본가계급과 자본주의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과 이론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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