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산업
- 자본가 세상의 선교사들
2026년 4월 30일 / 글로벌 사회운동
글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서구 국가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지난 40여년 동안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비정부기구- 흔히 말하는 시민사회단체들) 산업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해결한 것이 없다.” (K. Diallo, 이집트 저술가, 사회운동가)
“NGO는 신자유주의 정치 구조 속에서 복잡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NGO들이 제대로 된 일을 할 때조차도 그들은 현상유지에 머물도록 예정되어 있다. NGO는 자본가 세상의 선교사들이다.”(Arundhati Roy, 인도 저술가, 부커상 수상자)
일반적으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개발도상국들을 통제 관리하는 방식에는 공식적인 정치적 경로(외교, 통상 압력)와 ‘공작적 경로’(정보기관들을 통한 정치공작, 협박 등) 이외에도 사회적 접근들, 예컨대 교육과 언론 등의 분야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적 포섭이라든가 비정부사회기구(NGO)를 육성하여 서구식 발전 경로가 보편적이며 자연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심는 방식 등이 있다.
또한 지난 80년대 이후에는 개발도상국에 반군, 혹은 종교적 광신도 집단들을 육성하여 이른바 ‘테러리스트’로서 육성하는 경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예컨대, 알케이다나 IS 등은 모두 서구 정보기관 공작의 산물들이다). 단적으로 지난 2025년 초 미국과 터키의 지원으로 시리아를 장악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아흐메드 알-샤라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 부사령관 출신이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알카에다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면서 그들에 의한 ‘체제이양’을 서슴없이 진행하기도 한다.
즉 흔한 편견과는 달리, 서구가 개발도상국들을 통제/관리하는 방식은 단지 ‘민주주의’ 또는 ‘자본주의’를 이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다만, 지난 80년대 이후 40여년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트렌드 속에서 아직 자본가들의 성장이 미약한 개발도상국에 ‘시민사회’를 이식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으며, 또 첨병이 바로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미국대외개발처(USAID)였다.
그리고 트럼프 2기 정권과 더불어 이같은 ‘민주화 경로’, 또는 ‘시민사회적 경로’는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사실상 배제되었으며 지난 4월 26일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말리 공화국의 IS 봉기에서 나타나듯이 기존 민족주의적 정권에 대항하는 ‘내전’을 유도하여 무력으로 약화시키려는 ‘시리아 방식’(또는 리비아방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흥미로운 점은, 미국은 이같은 사회전략(이른바 soft power strategy)에서 발을 서서히 빼고 있지만, 여전히 팽창주의적 대외전략과 ‘민주주의 가치 수호‘동맹을 고수하고 있는 유럽은 구 소비에트연방 영향권 국가들(그루지야,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NGO 육성 전략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최근 총선에서 NGO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오르반 정권을 패배시키고 친유럽 정당이 승리한 헝가리의 경우다).
한 사회의 계급적 발전 수준을 뛰어넘는 NGO가 육성되면, 특히 그것도 해외자본의 지원에 의해 육성되면, 이들은 하나의 준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뿐만 아니라, ‘비계급적인’ 보편적 정치적 가치를 설정하고 전파하며 정치적으로 과대대표(over-representation)된다. 로이가 위에서 언급한 ‘자본가들의 선교사’라는 것은 그런 의미다.
한국에서도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는 해외지원을 받는 NGO들이 존재했다(가장 주요한 사회적 기구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도시산업선교회). 한국에서 자생적인 NGO의 존재는 1982년 ‘환경운동연합’이 최초이며, 이후 87년 민주화를 거쳐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설립되면서 본격화되었다. 동시에 이 시기는 ‘계급’이 사라지고, 즉 노동자 농민이 사라지고 정치적 인간들이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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