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장과 미래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모습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고 전 세계에 외칩시다”

2026년 10월 30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글 차민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

 

울산 HD현대중공업은 2023년부터 E-7-3 비자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들이 브로커와 알선업체를 통해서 한국에 입국하는 것부터 문제의 시작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온 이주 노동자들은 브로커와 알선업체에 원화로 약 1,500만 원에 달하는 큰돈을 지불했습니다. 그 돈은 이주 노동자들의 본국 화폐 가치로 따지면 정말 큰 금액입니다.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이 처음 서명한 근로계약서에는 월급 280만 원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한 날, 인천공항에서 휴대전화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다시 강제로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습니다. 만약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도 받았습니다. 이미 큰돈을 들여 입국한 노동자들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 몰랐다는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투쟁이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에는 이러한 근로계약 강요가 있습니다.

입국한 지 3개월이 지나자 현대중공업 회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그 계약에는 식비 20% 공제와 휴가비·상여금 삭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이 부당한 처우를 견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쓴 돈과 본국의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을 갚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압력과 협박을 통해 약 1,600명의 E-7-3 이주 노동자들에게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서명하지 않으면 추방될 것이라는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예처럼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특히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했고, 함께 투쟁해 2023년부터 삭감된 돈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주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7월 5일 울산에서 열린 1차 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

이번 투쟁으로 여러 나라 출신의 노동자 약 1,600명이 그동안 삭감된 식비를 돌려받았습니다. 회사는 앞으로 임금에서 식비를 공제하지 않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함께 거둔 큰 승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에게서 삭감한 돈이 무려 112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돈이야말로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빼앗아 간 돈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에 명시된 GNI 80% 수준의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과 휴가비, 상여금을 모두 되찾아야 합니다. 회사가 나쁜 계약을 철회하고 재계약을 보장하도록 투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저는 이 투쟁이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바람은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노예가 아니라 평등한 노동자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매우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체류의 안정성이 사업주의 결정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8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

한국사회는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것은 기여에 걸맞은 존중이 아니라 착취와 노예같은 대우입니다. 인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정작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은 침해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주 노동자도 체류 자격을 잃고 미등록 상태로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EPS) 아래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20년이 넘도록 이러한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노동허가제(WPS) 도입을 요구합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체류 자격마저 위협받습니다. 그렇게 미등록 상태로 내몰린 노동자에게 다시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단속하고 추방합니다.

또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는 무엇인지, 일하다 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부당하게 낮은 임금을 받거나 기본급조차 받지 못했을 때 어떻게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조선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업과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는 과연 얼마나 해결됐습니까?

권리는 법전에만 머물고, 현실에서는 권력과 협박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되거나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일을 겪고도 견디며 침묵해 왔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이 오히려 목숨까지 잃고 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2003년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어, 2026년에는 HD현대중공업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이 일어났습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화산처럼 터져 나온 이유는 그동안 노예같은 취급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한편, 한국인 노동자들의 수당을 삭감하고 해고하는 현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함께 하나로 모였습니다. 국적이 달라도 노동자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동등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는 함께 싸워 쟁취해야 합니다. 단결이 곧 힘입니다. 우리는 더욱 굳게 단결해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 이주노동자 집회는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알리는 자리입니다. 이를 통해 노동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스스로 조직하고 행동할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주 노동자도 부당함에 맞서 투쟁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권리임을 사회에 보여주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알립시다.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듭시다.

이제 그럴 때가 왔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고 전 세계에 외칩시다.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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