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은 우리가, 부담은 너희가
: 한국의 1분기 GDI분석
2026년 6월 12일 / 오늘의 차트 Chart of the Day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한국은행이 지난 6월 9일 발표한 ‘202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치)’ 추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에 한국 경제(GDP)는 전분기 대비 1.8%(전년 동기 대비로는 3.8%) 성장했다. 눈부신 성장이다. 충격적일 정도로 더 놀라운 것은, 명목 GDP 성장률이 1분기 중에 전분기 대비 무려 10.5%(GNI-국민소득 계정-상으로는 무려 11.1%나 성장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1% 상승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GDP 성장률은 이같은 명목 성장률에 물가 상승분(GDP deflator라고 부른다)을 제한 실질 값이다. 1분기 중의 GDP 디플레이터는 12.9%에 달했다.

이를 1인당 국민소득계정(GDI per capita)으로 추적해 보면, 지난 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기’나 2000년 초반의 IT 버블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위의 챠트를 보면 1인당 GDP와 GDI 사이에 큰 격차를 발견할 수 있다. GDP는 국내총생산을 나타내며, GDI는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득 증가(구매력 증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지난 1분기 들어 반도체 수출 가격 폭등으로 인한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한국 경제는 생산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일부 수출 상품(반도체) 가격이 폭등해서 어마어마한 ‘국민소득 증가’가 생긴 것이다.
이처럼 일시적이고 외부 요인으로 인한 명목 국민소득 증가가 발생하면 국가는 세수 증대로 큰 덕을 보지만(세금은 명목 성장분에 대해 부과된다), 동시에 이는 경제 체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게다가 이 외부적, 일시적 소득 증가가 전부문에 걸친 것이 아니라, 반도체 관련 부문(이른바 ICT 부문)에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소득 증가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관련 소유주나 노동자들만 이 소득 증가의 수혜자가 된다. 근데 문제는 이렇게 소득 증가가 한 집단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혜자가 있으면 비수혜자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거시적인 경제상황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나머지 – 비수혜 ‘국민들’에게 또다른 경제적인 ‘부담’ 혹은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명목 소득의 편중되고 급격한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압력이 발생한다. 한국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국채 수익률 상승-즉 국채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 결국 수치로 통합적으로 나타나는 ‘국민소득의 증가’는 사실은 일부 자본소유자와 해당기업 노동자들에게 국한되지만,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압박은 고스란히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즉 혜택은 소수에게만 돌아가지만, 부담은 전체가 지게된다.
물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도 덕을 본다. 그러나 개인투자자가 심지어는 이른바 ‘대세상승기’에도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는 기본적인 초기자금(seed money)가 있거나, 혹은 부채를 낼 수 있는 일부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같은 ‘일부’의 소득 증가가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가 총수요를 자극하여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민간 가계 부채는 금리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 ‘공돈’이 주로 금융시장 내에만 머물고 전체 경제로 확산되는 것을 오히려 저지하려고 한다. 정부가 삼성전자 자본과 노동 사이에 합의된 ‘이익 공유 합의’를 우려하며, 앞으로는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단지 주주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할 뿐만이 아니라, 자본이 노동에게 양보한 이윤이 총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챠트에서 나타난 ‘GDI 급등’은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1)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소득) 격차를 확대한다. 이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과거에는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선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일부 수출 첨단산업/내수 및 정체산업이라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진다. GDI 급증은 경제 전체에서 ‘생산품의 가격’을 자극한다. 즉 기업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 6월 10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25년의 기업의 수익성(이윤율)은 크게 개선되었는데, 매출 증가는 2024년에 비해 2.5% 증가에 그친 반면(24년은 23년에 비해 4.2% 증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4년의 5.4%에서 25년에는 6.2%로 증가했다. 즉 매출 증가세는 244년에도 못미쳤지만, 이윤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는 기업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출하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켰거나, 혹은 생산비용(노동비용 등)을 줄였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지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같은 경향은 더 확대될 것이다.
(3)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다. 기존의 한국 자산 불평등의 핵심 고리는 부동산이었다. 이제는 이것이 ‘주식’이라는 유동자산으로까지 확대된다. 초기 투자금이 다르기 때문에, 주식 가격 상승은 투자자들에게조차도 공평한 이익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아예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계층에게는 부동산에 이어, 주식으로 인한 자산 및 소득 격차가 더 확대된다.
(4) 임금 인상 투쟁의 격화가 예상된다. 노동자 계급 내부에 소득 및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내수 및 정체산업 분야에서는 물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상대적 격차에 대한 불평등을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5) 그러나 지난 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기의 노동자 대투쟁이나, 2000년을 전후한 IT 버블기와는 다른 노동자 투쟁이 진행될 것이다. 왜냐하면 80년대의 3저 호황기의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력 부족(노동력 가격 상승)이라는 거시경제적 조건 하에서 진행되었는데 반해서, 지금의 노동자 계급의 조건은 노동력 부족 상태가 아니라, 단순히 임금 상승분을 초과하여 상승하는 생계비를 보전하기 위한 생계 임금 투쟁이거나, 혹은 다른 산업군에서의 초과 임금 상승에 의한 격차를 메워줄 것을 요구하는 ‘차별 해소 투쟁’, 또는 자산 불평등에 항의하는 ‘반불평등 투쟁’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따라서 분산적이고 국지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 특정 분야의 초과 소득 증가분을 세금 등의 형태로 흡수하여 재정을 건전화하거나(즉 국가 부채 축소) 혹은 전국민에게 분배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전자는 현 정부의 성격상 가능하지 않으며, 후자(전국민 분배)는 앞으로도 각종 ‘지원금’ 명목으로 쥐꼬리만큼 분배되기는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세수로 걷어들인 돈을 ‘지원금’ 몇푼 쥐어주는 정책을 계속 단행할 것이라고 짐작되는 이유이다. 이는 한국 영화의 대사를 빌리자면, ‘살려는 드릴께’가 될 것이다. 살려는 줄테니 감사해야겠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 초과 소득의 부담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형태로 부담하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국민들은 정부를 비난할 것이며, 정부는 이렇게 훌륭한 경제인데도 왜 대중이 자신들을 비난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어리둥절할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파업의 정치경제적인 의미는 이렇게 나타난다. 파업은 불발로 끝났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등 반도체등 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 국한된 이른바 ‘국민소득의 증가’와 이를 둘러싼 노사정 3자의 합의는 이렇게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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