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과 노조의 모호한 대응: 전기차 도입과 외주화

민노연 창립식_087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과 노조의 대응

: 전기차 도입과 외주화

2024년 8월 22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심정수 (기아자동차노조 화성공장 대의원)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동화란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하여 구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이 있다. 이를 산업의 생태적 전환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정의한다면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중간단계로 인식되는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동력을 결합한 것으로, 1899년 포르쉐가 처음 만들었지만, 내연기관의 전면적인 확대에 밀려 더이상 발전되지 못했다. 국내 하이브리드는 2009년, 2013년 중소형 승용차로 시작되었고, 현재는 대형 SUV까지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전기차의 결함(전비, 화재, 주행 중 정지)으로 인해 하이브리드차량의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전기지게차는 1939년 개발되었지만,국내에서 전기차 생산은 1980년대 기아 베스타, 그리고 1991년 현대 소나타 EV가 생산됐고, 2019년 모터쇼에 친환경차들이 선보이며 1세대가 시작했다. 현재 생산되는 이른바 2세대 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조금 더 접근한 상태이다.

이후 AI와 반도체로 무장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3세대 전기차라고 본다. 완전자율주행은 전기차로만 가능하다고 알려졌기에, 이는 과밀한 도시환경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혹은 앞으로 전기차는, 공유차로의 기능을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는 현재 광명시, 파주시, 경상남도에서, 평일에는 업무용 차량으로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전기차를, 그리고 출퇴근과 주말 레저용 등으로는 공유 전기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국내 40여개 공공부문에 확대하고, 500대의 이상의 전기차를 운영하는 등 전국 단위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이른바 위블 비즈계획을 추진중이다)

향후 국내외 전기차 시장은,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탄소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배터리의 고체 전지화(현재는 전해질 전지를 사용함, 하지만 고체전지는 미국 등에서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중)를 통한 안전성 담보, 둘째 탄소복합체(카본-경량/고강도/고탄성 구조용 소재)를 이용한 초경량화 등을 통해서 전비 향상 등의 과제를 해결하게 되면 더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또한 현재 제주도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개인이 설치한 충전기를 공유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공유플랫폼 구축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태양광 전기 생산 시설의 확대 등)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현대차 자본은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차보다 더욱 ‘친환경적’인 수소전기차를 생산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의 성과에 따라, 전기차 이후의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은 생산단가가 높고, 충전인프라가 미약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충전 시간이 짧고, 장거리 운행에 유리한, 수소차의 보급이 더 확대될 것이다.

국내와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보면, 203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지금은 2035년에서 2040년으로 유예하면서, 전기차의 앞날은 험난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높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유럽 등 자동차산업은, 중국의 국영 제조업체의 저렴한 물량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고 극복하기 위해 유럽 자동차산업은, 개별이 아닌 합종연행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관세장벽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의 개발보다 배터리 산업에 자본을 더 투입하여 세계시장을 평정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받아 안아서 함께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만든다면,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와 경쟁을 줄이고 보다 나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자본주의 경쟁체계를 없애고 계획적인 경제 체계의 도입, 즉 공산주의로의 전환 없이는 요원해 보인다. 자본주의 안에서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은 꿈에 불과하다. 최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벌어진 전동화 추진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노조의 대응은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전기차 공정을 위한 공장 설립과정에서 ‘외주화’ 시도에 반대하는 피켓팅 시위를 하는 기아차 노조 일부 조합원들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전기차 공정을 위한 공장 설립과정을 틈탄 ‘외주화’ 시도에 반대하는 피켓팅 시위를 하는 기아차 노조 일부 조합원들

기아차 화성 5공장 신설계획과 노조의 대응: 외주화와 전기차 

2023년 내연기관을 만드는 공장의 소재부 대의원들은, 전동화에 따른 내연기관의 생산축소, 고용감소가 2030년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될 것을 예상하면서 노조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거듭했다. 2000년 초반부터 조합원들 일부는 전동화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 축소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노조와 자본 양쪽에 요구했지만,  가시적인 성과 없이, 회사가 추진하는 전동화는 점차 확대되었고, 기아차 자본은 정의선회장이 2023년에 ‘4차산업시대’라는 이름 하에 2030년부터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기아차 화성공장 소재부 대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회사쪽이 소형자동차 라인인 4공장(SW-소형 PBV) 건립 설명 자료에 언급했던, 대형자동차용 ‘5공장(LW-중/대형 PBV)의 유치’를 요구하기로 하고, 지회 지회장, 고용실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2023년 임금협상 논의에서, 현 소재부 부지를 5공장 부지로 사용한다는 합의를 하라고 요구했고, 협상 과정에서 사측은 그 요구를 수용하는 안을 냈으나, 오히려 화성지회 지회장은 “소재부”란 문구를 뺄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최종안은 ‘5공장을 화성공장에 전개한다’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2024년 초부터 추진하기로 돼있던, 5공장 관련 23년 합의에 따른 후속 논의는 시장에서 전기차의 소비자들의 기피로 하이브리드의 생산이 오히려 확대되면서 사업계획 설명회가 미뤄지고 있었다. 합의후 8개월 동안 소문만 무성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이후 5공장 유치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막연한 상황에서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올해 6월 초에 발표된 5공장 사업설명회 자료에는, 레이아웃상 소재부 부지를 포함할 뿐 아니라 성형기술부 부지도 5공장 부지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돼있어, 현장은 다시 한번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금 건설중인 4공장 설립계획을 수립할 때 프라스틱부를 외주화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사측은, 이번에는 미래의 존재가치가 분명한 금형사업을 5공장 건설 과정에서 외주화하겠다는 과욕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측이 성형기술부를 외주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전부터 하고 있었기에 기아차노조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금형부문 대의원이 관련 안건을 상정해 금형사업 외주화를 막는 방안을 성안해 제안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단협대로 진행한다’로 성안을 내고 이를 서둘러 결론 내리면서, 결국 대의원대회는 외주화 반대에 대해 모호하게 정리한채 끝났다.

이후 성형기술부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외주화 반대, 공장 내 이전, 현 공장 유지 등을 요구하며 중식 선전전과 퇴근 선전전, 현장 순회 투쟁 등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8월 9일 15차 노사실무협의를 통해 전격 합의된 내용은 이를 전면적으로 배신하는 외주화 합의였다. 이에 대해 소재부 대의원들과 일반 조합원들은 4공장의 악몽같은 예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4공장 유치때 노동조합의 배신으로 프라스틱부 외주화를 강제당했던 경험을 통해서, 성형기술부 조합원들이 외주화를 반대하다가 노사간의 ‘강제합의’로 결론이 나면, 이 과정을 통해서 노동강도가 비교적 낮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꼼수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측 협상 실무진들은 사측의 논리에 완전히 패배했다. 회의록 작성 전, 집행부 안에서 집단 토론도 없었다. 지회장의 지시와 임원진들의 검토만 있었고,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해야 하는 대의원들도 회의록만 갖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현장에서 무수한 질타를 받았다. 

– 몇 가지 함께 고민해야 할 내용 
1. 외주화 저지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의지를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
2. 5공장 관련 실무협의 중이지만, 현장에서 미리 공수 산정(자동차생산과정에서 각 라인에 필요한 인원 산정)과 현장 복지 등 사안을 고민하여 실무 협의에 녹아내야 한다.
3. 자동화는 꼭 필요한 공정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공정은 배제해 고용 확대를 해야 한다. 또한 안전한 일터를 초반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개입해야 한다.
4. 5공장의 전개를 하는데, 부서 단위의 이득을 앞세운다면, 조합원들의 미래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닌 자본의 이익만 확대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이 점을 경계하는 문제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 2024.7.9. 기아차 화성공장 소재부 노조 대의원 심정수 
(이 글은 기아차 노조 토론자료 및 행동지침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조 심정수 대의원이 작성한 글 중의 맺음 부분이다)

위의 고민을 안고 일부 노조 활동가들은 집행부와 대의원, 그리고 조합원을 설득하고 추동하려고 했으나, 이에 실패했다. 그 결과 외주화 반대 투쟁을 했던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현재 극심한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투쟁하지 않았던 조합원들에 대해 성토를 하면서, 이제 노동조합 존재의 근원을 의심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자동차산업의 미래 산업전환에서, 노노 갈등이 존재할 것은 자명하다. 노동조합과 또 그 속에서 활동하는 대의원과 소위 활동가들은 냉철한 분석을 통해 산업의 전환과 재편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또한 조합원을 모아내고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자본의 의도대로만 산업이 재편되는 악순환을 겪을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자본의 입장에서 ‘전환’일뿐, 노동에게는 더 나쁜 일자리, 더 나쁜 노동조건, 그리고 더 무력한 노사관계일 것이다.

*주:
자동차 공장에서 프라스틱부는 범퍼와 대시보드를 생산한다. 성형기술부는 이후 생산할 차종의 외관 등을 미리 금형 수정 등을 통해 외관을 파악하는 부서이다. 소재부는 주물이나 합금을 통해서 엔진 헤드와 블록을 만드는 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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