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우스다”(I'm the House)

미국 재무장관 베센트의 허언증

2026년 9월 11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전망과실천> 편집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에 대한 신화 중의 하나는 그가 ‘성공한’ 트레이더 출신이라는 서사다. 그는 1992년 이른바 죠지 소로스 사단이 ‘파운드화 공격’으로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소로스 펀드의 트레이딩 담당 실무 책임자였다. 이 사건으로 ‘시장은 정부보다 세다’는 신화가 생겼다. 즉 신자유주의의 ‘힘’에 대한 신화가 여기서 생겼다. 여기까지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다음의 행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만들어진 허상이다. 베센트가 소로스 밑에서 활동할 때는 유능해보였지만, 소로스 펀드에서 독립하여 자신의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투자를 했을 때 그는 두 번이나 망했다. 그냥 망한 정도가 아니라, 처절하게 망했다. 그가 2015년 설립했던 펀드는 소로스로부터 20억 달러나 되는 초기 투자금을 받는 등 총 5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외부로부터 투자 받았지만, 2021년 문을 닫을 때 총자산은 5억 8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즉, 1/10 토막이 난 것이다(두 번째 망한 다음에 그는 다시 소로스 밑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증권가 같았으면 “한강 물 아직 따숩나요” 수준의 조롱이 빗발쳤겠지만, 미국 언론은 베센트에 대해서 여전히 ‘성공한’ 트레이더로 포장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런 베센트가 지난 9월 9일 ”내가 하우스다(I’m the House)“라는 명언을 남겼다. 미 재무장관으로서 엔/달러 환율에 대해 언급하면서 엔화 강세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본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쓸지 미리 알 수 있다면서 자신이 말하는대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때 한 말이다. 여기서 ‘하우스’는 월가에서는 카지노를 의미한다. 카지노에서 돈 놓고 돈 먹기하는 도박꾼들이 아니라, 카지노 그 자체를 말한다. 그리고 수학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카지노는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으며, 카지노가 원하는대로 도박판은 흘러간다. 베센트의 하우스 발언은 자신이 시장을 맘대로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백악관 앞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NewYorker>

 

역사상 이런 재무장관은 없었다. 설사 그런 힘이 있다손 치더라도 정부 관료가 대놓고 떠들기에는 남사스러운 발언이기 때문이다. 거의 “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라고 말한 루이 14세 급의 발언이다. 루이 14세는 자신이 내린 칙령이 자신의 권력에 손상이 되자 이를 취소하기 위해 고등법원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후대에 루이 14세를 비난하기 위해 날조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재무장관보다는 급이 높은 군주였다. 당시 법복귀족과 군주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법복귀족들의 일그러진 세계 인식은 20세기 중반 루시앙 골드만의 ‘숨은 신’이라는 저작에서 ‘비극적 세계관’이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했다).
 

물론 그 자신이 ‘하우스’로 자처한 발언처럼 엔 환율은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엔 환율 강세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매도하여 발생하는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국채 가격 하락)은 전혀 막지 못했다.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담보로 설정하여 대출을 받아 엔화 환율 시장에 개입(9월 2일)하기까지 했지만, 일본은 열흘 사이에 무려 100억 달러에 가까운 미 국채를 매도했으며 결국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4.9% 부근까지 근접했다.
 

즉, 이 하우스는 어느 한쪽을 틀어막으면, 다른 한쪽이 터져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하우스가 아니라 고작해야 돌려막기에 지나지 않는다. 미 재무부가 보유 현금으로 장기 국채 매수/단기국채 매도(operation twist) 규모를 일일 거래에 최고 60억 달러까지로 늘렸지만 국채 수익률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베센트의 하우스 운운은 빈소리가 되고 말았다.
 

흔히 미국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헛소리를 떠올리지만, 상무장관인 루트닉이나 재무장관인 베센트도 전혀 이에 뒤지지 않는다.
덧붙여 미국의 독립 저널인 Midas news가 정리한 베센트의 허언들을 소개한다.
 

– 2025년 2월 5일 :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할 것이다”.
– 2025년 4월 :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의 3%로 축소될 것이다”(올해 예상 GDP의 6%)
– 2025년 5월 : “트럼프의 정책은 실질 GDP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3%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올해 예상치 1.8%).
– 2025년 7월 : “미국은 2025년에 약 300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올릴 것이다.”
실제로 2000억 달러 가까운 관세 수입이 생기기는 했다. 연방대법의 위헌 판결로 올해 4월부터 환급해주고 있기 때문에 실제 남는 수입은 수백억 달러 수준이다.
– 2025년 9월 :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비상관세를 합헌이라고 판결할 것이다.”
법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 2025년 9월 : “2025년 4분기에는 경제는 실질적인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다”.
25년 4분기부터 미국 경제는 둔화 되기 시작했다.
– 2025년 12월 : “미국은 2025년 3%-3.5%의 실질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25년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1%였다.
– 2026년 2월 : “2026년 미국 경제는 약 5% 성장할 것이다”.
– 2026년 4월 : “2026년 미국 경제는 쉽사리 3%-3.5% 수준을 넘을 것이다”.
– 2026년 4월 : “트럼프 관세는 26년 7월에는 다시 이전 비상 관세 수준(25% 관세)으로 돌아갈 것이다.” (26년 9월 현재 약 12% 수준)
– 25년 내내, 그리고 26년 7월까지 : “낮은 에너지 가격, 재정 건전화,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은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약 1% 포인트 상승했다).
– 25년부터 지금까지 : “빠른 성장세와 관세 수입은 미국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다”. (현재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의 6%)
– 2026년 9월 5일 : “이란 전쟁이 끝나면, 원유 가격은 배럴당 40-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이제 ‘도약 국면’에 도달했다”. (9월 10일 현재 브렌트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하우스는 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수백 년 동안의 실제 카지노의 역사이자, 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베센트 같은 하우스라면 망할 수도 있다. 이 정도 재능은 쉽게 발견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마 베센트의 유일한 공헌은, 그동안 떠돌던 루머가 사실이라면, 그가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주먹다짐 끝에 일론 머스크의 턱을 후려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그로부터 한 두어 달 동안은 머스크는 매우 얌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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