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중국의 심각한 청년실업, 그리고 동아시아의 청년들

중국의 심각한 청년실업, 그리고 동아시아의 청년들

2024년 10월 24일  / 연구자의 시선
글 하남석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중국학)

1. 중국의 청년실업과 새롭게 등장하는 유행어들

중국에 최근 몇 년 사이 청년실업과 관련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내권(內卷)과 탕핑(躺平)에 이어 란웨이와(爛尾娃), 쓰레기 시간(垃圾時間) 등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내권’은 본래 중국 경제사와 관련해 중국이 질적 발전없이 양적 증가만 지속되어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실패했다는 학술적 개념이었으나 2020년부터는 중국 청년세대 사이에서 극심한 경쟁 격화와 과로 사회를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탕핑’은 드러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절망적인 중국의 경쟁과 과로사회에 대한 일종의 소극적 저항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최근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이 힘들어지자 ‘란웨이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란웨이(爛尾)는 직역하면 꼬리가 썩었다는 뜻으로 마무리가 안 좋고 뒤끝이 나쁜 그런 상태를 뜻하는 표현이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자금난으로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나 빌딩을 란웨이러우(爛尾樓)라고 불렀는데, 그 연장선에서 좋은 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란웨이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은 한국 못지않게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높고 좋은 학교를 나오는 것이 좋은 직장과 연결되는 경향이 있는 나라였지만, 개혁개방의 열기가 가라앉고 경기가 둔화하고 점점 더 계급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바로 좋은 직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란웨와라고 불리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지내온 시간을 쓰레기 같다며 ‘쓰레기 시간’(垃圾時間)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영어에서 가비지 타임(Garbage time)은 스포츠 경기에서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 승패가 일찍 결정되면서 그 뒤에 버리는 경기 시간을 의미했다. 중국 청년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일찍 패배해 그 뒤의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라며, 미래를 쓰레기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2. 중국 경제의 부진과 청년 실업의 현황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청년 실업은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었다. 작년 5월과 6월 공식 청년 실업률이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 당국은 당분간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다가 집계 방식을 바꿔 새로이 실업률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학생을 제외시켜 통계 수치를 낮추는 방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은 계속 증가해서 올해 7월 17.1%까지 올랐다. 작년에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을 조사했던 한 중국 대학의 연구팀은 실제 도시지역 청년 실업률은 46%가 넘을 것이라고 밝혀 큰 이슈가 된 적도 있었다.

특히 고학력 실업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는 여러 요인으로 비롯된 것이다. 우선 중국도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고등교육을 받는 인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산업 구조의 전환 속에서 이 고급 인력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그 증가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빠르게 성장한 빅테크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들도 그 성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기에 더 많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고 지방정부들 역시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많은 재정난에 빠져있기에 공무원 일자리 수도 축소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기층 지방정부는 현재 재직중인 공무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이나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못한 상황이라 내수도 부진하고 수출기업 역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여러 제한을 받고 있어서 신규 일자리들도 창출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경제는 일부 붕괴론자들이나 비관론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당장 큰 일이 벌어지거나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고까지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상술했듯이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 상황이 좋지는 않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내수 경제가 많이 위축되었고, 수출 역시 국제적으로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좋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부동산 개발이기도 했는데, 이 부동산 붐이 꺼지면서 경제 회복세가 무척 더딘 상황이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판매해서 수익을 올려 재정을 확보해왔는데,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기며 재정 악화로 지방의 민생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9월 말부터 중국 당국은 계속해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국이 내걸었던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확률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 외에 좀 더 긴 목표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신품질 생산력이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하이테크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국제적인 전략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듯이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하이테크 분야의 성장은 전반적으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보다는 자동화로 인해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미 계급간, 세대간 격차가 고착화되고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에 여러 재분배 정책을 통해서 내수를 회복하고 복지 체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당국에서는 ‘공동 부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수사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공동부유 담론은 세 차원의 분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분배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임금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2차 분배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정부 이전소득 확대이고 3차 분배는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주로 사영기업들인 빅테크 및 플랫폼 기업들의 기부 조치들이었고 아직 1차 및 2차 분배는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 중국의 조세제도는 여전히 간접세 위주이고 상속세도 없고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도시에서 아주 작은 규모로 시범실시되고 있을 뿐이다.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려면 노동자들의 소득 확대 및 누진세 및 직접세로의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당국의 움직임은 그 부분에서는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한국과 동아시아 청년들은 중국 청년들의 상황과 다른가?

현재 한중 양국의 청년 세대 사이에는 차이점보다는 오히려 유사점이나 기시감이 드는 것들이 많다. 두 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청년 담론과 관련한 유행어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양국의 청년들의 삶은 무척 닮아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4불청년(四不靑年)’이라는 청년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연애하지 않고(不戀愛), 결혼하지 않고(不結婚), 집을 사지 않고(不買樓), 아이를 낳지 않는(不生子)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10년 전부터 한국에서 유행했던 ‘N포세대’와 완전히 같은 뜻이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취업, 내 집 마련까지 합쳐 5포세대로 일컬어지다가 결국 건강, 인간관계를 비롯해 거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N포세대로까지 불린 것이다. 중국의 4불청년도 최근에는 그 수가 늘어나 10불청년이라는 신조어가 새로 등장했고 조만간 N불청년으로 불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전업자녀((全職兒女)’라는 신조어도 중국에서 유행이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가지지 못한 청년들이 집에서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부모나 조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의 전업 자녀들은 자신들이 그래도 부모와 노동계약서를 쓰기에 완전한 의존이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상황은 한국에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를 빗대어 부르는 말인 ‘캥거루족’과 다르지 않다.

또한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행위를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영끌’이라고 표현해왔다. 중국의 부동산 상황도 다르지 않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대도시들의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끌어모은 것을 최근에는 ‘우공상환(愚公還貸)’이라고까지 부른다. 대를 이어 산을 옮긴다는 뜻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사자성어를 빗대어 대를 이어 갚아도 대출금을 다 못 갚을 지경이라는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유행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현재 중국과 분단되어 있으면서도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현재 청년세대를 ‘붕괴세대(崩世代)’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빈부격차의 극대화로 부모와 자녀를 부양할 여력이 없어 젊은 세대가 몰락해간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딸기족(草莓族)’이라고도 부른다. 재벌이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고위 계층은 세습되고 청년은 빈곤에 빠져 사회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물러지는 딸기같다는 그런 비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대만의 20~24세 실업률은 13%가 넘는데 이는 대만 전체 실업률의 3배가 넘는 상황이고 청년들의 산업재해 위험 노출 정도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만의 청년들은 자국을 사람이 살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귀신섬(鬼島)’이라고 부른다. 한국 청년들의 헬조선과 완전히 같은 뜻이다.

결국 중국이나 한국, 혹은 대만 등 동아시아의 청년들은 온라인에서 서로가 충돌하고 적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갈등과는 무관하게 지구화된 자본주의 속에서 거의 유사한 구조적 위치에 처해있는 동시대적 상황이다. 그렇기에 동아시아 청년 세대는 이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 간의 편견과 반목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이미 기후위기나 에너지 위기, 인종주의, 혐오와 차별, 불평등 등의 의제는 한 나라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며, 다른 세대보다도 더 긴 미래를 살아내야 하는 청년 세대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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