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식민주의

이슈 리포트

2026년 국제정세전망(2) 막장의 세계, 그리고 위대한 세력 균형

이는 단지 2014년 이전의 세계로의 귀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트럼프로 대표되는 정치 세력이 기획하는 것은 아예 1970년 대 이전의 세계, 즉 세계화 시기 이전의 세계이며, 애초에 pax Americana가 형성되던 시기의 세계, 즉 1920년대 체제로의 귀환이며 이를 위해 미국 내부를 재편성하고 이에 맞추어 세계 전체를 재편하려고 시도한다… 보편적 통화 역할을 하던 달러화가 미국이라는 일국의 통화로 그 성격이 전환되면, 각 국가들이나 권역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통화망을 구축하거나 혹은 기존의 달러화 통화 체제에 대한 접근권을 놓고 서로 각축하게 된다. 이것이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브리지워터캐피탈의 CEO인 레이 달리오가 말한 ‘자본전쟁’이다…
베네수엘라나 이란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목표는 이전과는 달리 regime change라는 옵션은 아예 배제되어 있다. 이는 누가 지역정권이 되든 상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 때문에 오히려 ‘전략적 자율성’을 부추기는 경향이 나타난다…역설적으로 미국 내 정치적 실패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 또는 정치적 실패가 명확해지기 전에 최대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정권이 모험주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으며 이미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은 그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이슈 리포트

[2026 국제정세전망] 칼 위의 역사, 길 위의 역사: ‘제국 없는 제국주의’, 그리고 위기의 차이와 반복

1월 3일 미국의 베네주엘라 침공은 미국의 안보전략이 적용된 첫번째 사례였다. 정확히 전략 지침을 따랐다…미국의 안보전략 백서에는 한국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단지 ‘일본, 호주 그리고 그밖의’(the beyond)라고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한국은 잘하면 우크라이나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일본은 붙박이로 끌려들어 간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제국주의냐 아니냐, 혹은 어떤 제국주의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기 어떤 내부 자본의 이해관계를 가졌느냐, 그리고 양자가 절충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의 제국주의는 중심부/주변부 할 것이 공평하게 적용된다. 동지도 없으며, 동맹도 없다. 오직 독점자본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마치 미국이 제국주의처럼 보이는 이유인 동시에 실은 제국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달러화는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달러화 부채를 기초로 모든 화폐들이 발행되었기 때문에, 즉 달러화 부채가 막대하기 때문에 달러화는 여전히 보편통화로서 작동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이 역사야말로, 그 과거의 찬란한 문명과 교양, 이념이 얼마나 가소로운 허위 위에 서 있었는지, 그리고 이 체제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이 체제의 권력자들이 어떤 궁지에 몰렸길래 이 찬란한 허울(facade)을 스스로 무너뜨리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현재의 역사에서 무엇을 읽어낼지는 당신의 책임이다. 다시 이 역사를 반복하고 싶지 않거든.

연구자의 시선

노동의 대륙 : 아시아 노동운동을 위한 새로운 역사 서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시아 자본주의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 속에서 아시아 노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이다. 이 오랫동안 지체되어온 전환은 아시아를 ‘세계의 공장(global factory)’이 아니라 ‘노동의 대륙’으로 다시 상상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이는 유럽의 부상 이래 지속되어 온 기존의 아시아 발전사 서술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아시아 노동, 따라서 아시아 자본주의를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총체성의 중심에 두는 새로운 역사 서술이 필요하다.
마르크스는 아시아를 자본주의의 외부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성적 요소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을 마련한다. 마르크스가 완성하지 못했지만 중용한 인식론적 전환을 보여준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나는 아시아 노동을 글로벌 자본주의 속 아시아의 위치에 대한 19세기적 인식들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제안한다. 우리는 아시아 노동을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 주변이 아니라 중심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새로운 전략의 모색을 시작해야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의 노동이 아니라 바로 아시아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권영숙의 테제11

반제냐 반독점이냐 – 한국자본의 대약진, 글로벌 자본가동맹의 구축, 그리고 ‘10.29 한미 관세합의’

제국주의를 말하는데 있어서, 무엇을 제국주의라고 말하고, 어떻게 제국주의를 이해하는가의 문제부터 정리하여야한다. 첫째 제국주의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세계발전과정이며, 둘째, “국내에서부터도 국제적인 현상“이며 따라서 국내-국제의 모든 상호관계를 이해해야하고, 마지막으로 제국주의는 어떤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한 국가도 벗어날 수 없는 ‘전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분리된 제국주의는 국가간의 문제로 이해되고,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개념과 연결된다. 따라서 제국주의에 맞선 ‘반제라고 할 때, 그것은 ’반 독점‘과 다른 무엇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반독점이야말로 반제담론의 본령이다…
미국이 더 망하기 전에 과거에 투자해 놓았던 것을 회수하려고 하는, 즉 헤게모니를 돈으로 바꾸기 (moneytizing hegemony) 하려는 것이 관세전쟁의 본질이다. 동시에 그것은 미국 중심으로 자본-기술-공급망 체제를 재구성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는 경제와 안보라는 양대 ‘축’을 하나로 한 동맹체제의 재편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기존의 수출주도발전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새로운 공급망체제와 동맹체제 재편에 함께 하여야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한국 대자본가들이 국내 산업화를 넘어서 글로벌 자본으로 약진하고자하는 ‘야심’과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를 이재명 정부는 정확히 이해하여 ‘자본의 대약진’을 위하여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무사히, 대자본가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잘 짜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전략의 채택은 결국 국내 자본의 더 심화된 독점화와 금융화로 귀결될 것이다.

글로벌 리포트

지나간 미래, 오지 않을 과거, 제국의 망령: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전세계 질서

해리스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대중에게 ‘차악’은 트럼프였으며, ‘최악’이 해리스였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길게는 지난 50여년간 미국을 이끌어왔던 노선, 즉 세계화에 대한 거부였으며 그 세계화의 최종적인 이념적 버전인 민주주의 가치 동맹에 대한 기각이었으며, 가치 동맹의 절대 수호에 대한 기각이었으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각이고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각이었다. … 대중은 현재가 지속되는 미래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과거의 일원론적(unilateral) 미국 제국과는 다른, 지역 맹주들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세계 전략을 구축하고 그 중의 약한 고리는 매우 강하게 압박하려 할 것이다. 거기가 우크라이나가 될지, 이란이 될지, 혹은 대만(또는 한반도)가 될지는 각 지역의 세력들의 대응 여부에 달렸다. 그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하여 전쟁을 원한다면, 트럼프는 ‘평화의 사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전쟁에 동참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화는 기각하더라도 세계화의 결과로서 축적된 미국의 힘을 유지하는 것만이 미국 내에서도 자신들이 세력을 확대하고 계급투쟁을 막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포트

가자 봉기 1년, 광기의 전쟁과 전쟁의 이성

가자 봉기 1년후, 그리고 이스라엘의 절멸을 향한 대학살극이 벌어진 1년후, 지금 여기서 차라리 질문되어야 할 것은, 왜 지난 2차 대전 이후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인권’과 ‘국제협력’, ‘전쟁방지’를 외치던 미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체제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대량학살을 찬양하며 심지어는 핵전쟁의 위협까지도 ‘게임’의 한 부분으로 농단하게 되었는가, 왜 인류의 양심과 ‘천부인권’은 학살과 전쟁과 심지어는 ‘비인간화’를 막지 못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봉기를 통해 서구는 지난 2차 대전 이후 수립된 글로벌체제, 그리고 그 체제의 보편화된 가치들, 소위 ‘글로벌 시민사회’의 규범과 상식을 폐기하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수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종목들이 인권과 전쟁에 대한 국제 규약들이다. 따라서 과거의 인권적 성과들에 기초한 호소와 비난, 항의는 이제 더 이상 힘을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같은 ‘인간적 가치’를 만들어낸 토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미친 전쟁의 광기, 그 수많은 민간인들의 죽음, 인간적 비극, 인권의 무력함과 같은 광기의 뒤안에는 냉정한 이성적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그들은 서로 가진 무기가 다르며 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겹게도 많이 죽이고, 아주 오래 갈 것이며, 인간적인 호소들은 위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권영숙의 테제11

퀴어의 자긍심과 미국의 하이브리드 외교

미 국무부가 ‘공공외교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각국의 퀴어 퍼레이드를 지원하고 있다면, 한국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미국 대사관의 입장은 특별히 다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국 퀴어 운동이어떤 기준으로 미대사관등에게 자리를 허여했든간에, 단지 부스 비용 100만원만 받았든간에, 주한 미 대사관은 미 국무부의 ‘공공외교 프로그램’과 그 목적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고, 올해 서울 퀴어 퍼레이드 참여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상대 국가 시민들과 관계를 넓히고, 대중에 영향을 미치고 정보를 제공하여 미국의 국가 안보를 고양“하려는 목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서울 퀴어퍼레이드 조직위원회는 핑크 워싱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나아가 퀴어의 자긍성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이는 참으로 유감이다.

Review & Preview

종속이론의 역사

현재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주춤하고, 미국의 헤게머니가 위협을 받으면서 종속 이론은 다시 옛날의 영광을 되살릴까? 종속이론의 핵심 테제들,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불평등 교환이나, 그로 인한 중심부 노동자 계급의 상대적 지위 향상(이것이 이른바 ‘가든(garden)’의 실체다)에 대한 논의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종속’에 대한 주장들이 다시 빛을 볼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전히 우리는 더욱 강고한 제국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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