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자산의 딜레마 - 주식 대 부동산
: rentier class에서 financial class로
각국의 가계 자산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2025년 10월 31일 / 이슈 리포트
글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가계자산, 주식시장, 주택, 연금, 자산 불평등, 신용증가율, 토지자산계급(rentier class), 금융자산가계급(financial class)
이재명 정권은 집(주택, 실은 아파트)이 아니라 증권(주식)을 가계 자산의 대안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럴 수밖에 없으며, 그런데 그랬다가는 더 큰 재난이 생길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주가는 치솟게 만들었고, 덩달아 뛰려는 부동산은 규제로 잡으려 한다. 하지만 양자는 결국 연결된다, 우리는 이 메카니즘을 이해하여야, 이재명 정권의 주식과 부동산 정책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권의 사회경제적 정책의 계급적 한계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이재명은 대통령후보로 선거 운동할 때부터 말했다. “코스피 5000”을 목표로 하고 그것은 가능하다고. 코스피 지수가 절반일 때 했던 그 공언을, 안타깝지만 필자는 믿었다. 그럼 ‘코스피 5000’은 과연 도래할 것이고, 도래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는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돈을 벌지 못하고라는 단순한 구도 이상으로 봐야할 복잡한 가계 자산의 구성‘에 대한 분석에 관한 문제가 숨어있다. 이 글은 미국, 한국, 중국등에서 가계 자산 구성이 어ᄄᅠᆫ 차이가 있고, 그것은 각국마다 어ᄄᅠᆫ 사회경제구조의 맥락 속에 있으며, 나아가 정치적인 변수가 되고 있는지를 짚어볼 것이다.
또한 코스피 5000이 한국 사회 민중에겐 과연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그에 대해서 한국 사회의 민중 노동 좌파 운동세력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한 질문을 미리 던져주고자 한다.
표1 : 주요 국가의 가계 자산 구성 내역 출처 : Goldman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
위의 챠트는 미국 중국 한국 등의 가계 자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표시한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전체 가계 자산 가운데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이며, 주식 및 뮤추얼펀드(주식+채권 혼합 펀드)가 32%를 차지한다.
말하자면 미국 가계가 가지고 있는 재산 가운데 주식이 그 액수가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이 주택이다. 10억 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이 11억 어치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현금(cash)은 12%밖에 안된다. 연금(insurance & pension)은 21%를 차지한다(지금은 적립되어 있지만, 미래에 수령한다). 미국도 주택 버블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증시가 왜 그 정도로 폭등하는지는 가계의 자산 내역을 보면 잘 드러난다. 집보다도 주식을 더 많이 사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5%에 달한다. 조사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수치가 높다. 이는 한국 가계가 ‘주택’(아파트)에 ‘몰빵’했다는 뜻이다. 주식 비중은 16%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며, 연금도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가계는 사실상 집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주택 버블 터지면 아무 것도 안남는다. 알거지가 된다.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한 주택 버블을 겪고 있는 호주의 가계 자산 구성 내역도 흥미롭다. 주택 비중이 57%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적다. 대신에 호주는 연금 비중이 23%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즉 버블이 터져도 호주 가계는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미국 가계의 현금 비중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호주도 10%에 불과하다. 이는 당장 먹고 사는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부’를 말하고 싶은가? 종이 상의 부(paper wealth)는 넘치는데 당장 개인들이 쓸 돈은 없다. 특히 서민층은 현금이 전무하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기가 하강하면서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수준까지 도달했다.
나스닥은 태평성대를 외치는데 정작 미국민들은 배가 고프다. 왜냐고? 미국의 하위 가계 50%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시가 총액은 전체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증시가 상승해도 가난한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며 먼나라의 동화일 뿐이다.
위의 챠트를 보면, 왜 이재명 정권이 증시에 대해서는 부양책을 쓰는지, 동시에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가격 하락이 아니라,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주택은 가계 자산의 전부일 뿐만 아니라, 금융(은행) 자산의 전부이기도 하다. 주택 버블이 터지면 가계도 은행도 다 쓸려 나간다. 그 때가 되면 IMF 구제금융 시절은 호시절로 보일 것이다.(관련한 선행 글로는, “우리도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모두에게 공평한 버블은 없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2025년 6월 26일 자 참조. https://dem-labor.org/?p=19340
따라서 정권은, 그게 누가 되든, 주택 가격 ‘하락’을 목표로 하지 못한다. 대신 이 추세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히 안다(이재명 대통령도 “나중에 거품 터지면 후회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동시에 한국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이미 극단적일 정도로 주택시장이 버블 상태에 놓인 국가에서는 이같은 가계의 주택시장 몰빵은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
실은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이미 지난 2024년부터 계속 적색 경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표2 업권별 주택담보 대출 보유 연체자 비율 추이 출처 : 보험연구원
표3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보험연구원이 올해 초 발행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호금융(제3신용권)의 연체율은 10%대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2008년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부도 사태를 겪기 시작한 2007년 초의 수치에 근접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높아지는 반면에 오히려 처분가능소득(즉 부채 및 이자를 갚을 수 있는 현금 능력)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었다.
즉 주택담보대출의 연쇄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제3금융권 부실화-> 제1,2 금융권으로의 충격 전달 직전이었다는 뜻이다. 이는 당장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표4 민간신용/명목GDP 비율
위의 챠트는 민간신용(대출) 증가율과 명목GDP 증가율을 비교한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신용증가율과 명목GDP 증가율을 비례적으로 연동시키는 금융지배(financial dominance) 정책을 추구하면서 신용과 명목GDP는 2016년까지는 동일한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2016년 이후에는 이 비례성이 깨지고 만다. 신용증가율은 계속 높아지는데, 명목GDP 증가율은 낮아진 것이다.
이는 불과 8년(정확히는 7년)만에 financial dominance 정책이 한계에 봉착하여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아무리 부채가 증가해도 명목GDP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비생산적인 부문(예컨대 부동산)에 편향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세력이 바로 토지자본계급(rentier class), 또는 불로소득으로 먹고사는 유한계급(한국식의 정겨운 표현으로는 갓물주)였다.
이재명정권의 부동산/증시 정책은 정치적으로는 rentier class를 제한하고 경제적으로는 신용을 생산적 부문으로 돌려 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최종적 결과는 (심지어 성공했더라도) 오늘날의 미국이 보여주는 경로다. 어쨌든 거기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대국적’ 사고를 하는 한국의 대자본가들이 이재명 정권을 지지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가계 자산 가운데 주택 비중을 줄이고 주식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 가계에서 주식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로 ‘사회주의’ 중국(11%)보다도 적기 때문에, 얼마든지 늘어날 여지가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는 주택 자산의 총액을 줄여서가 아니라, 증시 총액을 늘림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첫번째 챠트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챠트는 해당국 가구의 빈부 격차나 절대 액수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자산의 종류별 상대 구성비를 표시할 뿐이다. 따라서 실제 가계 자산 총액 분위별로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구성비가 가계 재무의 건전성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구성비를 통해서 각국의 금융시스템이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고, 또 각 가계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구성비는 상대 비중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더이상 상승하지만 않는다면(혹은 인플레이션률에 못미치는 정도로만 완만히 상승한다면), 주식시장 시가 총액을 늘림으로써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금융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주택시장에 몰린 자금이 빠져나가서 증시로 쏠린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시장의 시가총액은 전과 동일하더라도, 주식시가총액이 상승하고 주택시장에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식자산의 상대적 구성비는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금융 자산 전체가 급증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금융 자본가 계급이 생성된다. 이들은 기존의 토지자본 계급(rentier class)를 대체하여 새로운 정치적 주도 계급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에게 혜택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보다도 더 극심한 자산 불균형 상태인 한국에서는 이같은 증시부양책은 더 큰 자산 불평등을 낳을 것이고, 동시에 노동의 가치 하락을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향후에는 새로운 반대 정치 집단(anti-systematic class)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이들은 극우화할 수도, 혹은 좌편향할 수도 있다. 이는 정치적 실천의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정권은 연금 비중을 늘려서 전체 가계 자산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복지국가는 이들의 목표가 아니다.
만일 현재의 가계 자산 구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연금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실현하려 한다면, 이는 과감한 증세(특히 부자 증세, 예컨대 사회보장세와 보유세)를 도입해야 하며, 이는 소위 ‘좌파’라는 민주당이나 ‘극우’라는 국민의힘 모두에게서 ‘세금 사회주의’라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세금 강화/복지확대 정책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둘 다에게 자신들이 계급적 이해에 반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국정 이념, 정책 방향, 계급적 성격에 대해서는 ”한국 부르조아의 자신감과 발전노선의 수정“, 2025년 9월 25일, ”이재명 정권의 사회경제정책과 사회경제적 이해관계”, 2025년 8월 8일, ”이재명의 대선 슬로건 “진짜 대한민국”이 의미하는 것“ 2025년 5월 22일 참조)
그런데 증시부양책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일단 이재명 정권이 설정한 ‘코스피 5,000’은 장부상 가치 대비 주식 총액(PBR) 관점에서 타당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주식 가격이 유지/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주식 가격이 장기적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며, 다른 하나는 ‘수익률’(배당)이다.
일단 코스피 지수가 5,000 근처에 도달하면 투자자들은 ‘이익 실현’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주가는 하락하고 증시에서 나온 자금은 다시 주택 시장으로 돌아간다. 이는 더 큰 주택버블을 부른다(현재의 주택 보유자들은 이걸 기대하고 버틴다).
따라서 가계 투자를 증시로 유도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코스피 지수가 5,000 부근만 가도 다음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즉 코스피 10,000이 정치적 경제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주택시장보다도 변동성이 더 크며, 실시간적이기 때문에 가계의 정치적 선호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의 전환이 정치적으로 요구된다. 즉 증시의 지속적 상승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정치 지형이 완성되면 다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완수단으로 전환된다.
미국 증시가 전형적으로 이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런 호사가 없다. 따라서 무엇으로 10,000을 보장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 아마도 ‘버블’이 터진다면 인공지능 버블이 가장 먼저 터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주택(실물 자산)과 주식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주택에는 효용(사용가치)이 있다. 주택은 들어가서 사는 곳이다. 눈비를 막아주고 추위와 더위를 막아준다. 잠자리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주식에는 ‘효용’이 없다.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다고 해서 스마트폰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갤럭시 구입시에 할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주식을 장기 보유할 유인은 (영구적인 우상향 상승에 대한 기대감 이외에는) 주식 수익률밖에는 없다. 그리고 이 수익률(배당률 + 상승 기대율)은 그 기대 이익이 적어도 은행 금리나 국채 금리보다는 높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이윤율은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 즉 기업이 주주들에게 줄 돈이 없다. 심지어는 미국조차 그랬다. 지난 1982년 미국에서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된 이후(그 전에는 주식 시가 조작으로 처벌받았다. 당시 S&P500 지수는 100이었다. 현재는 6,790이다), 미국 S&P500 기업들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지불한 돈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도 많았다.
그러면 어떻게 이 자금을 조달했는가? 빚내서. 즉 미국 기업들은 채권 발행해서 배당 주고 자사주 매입했다. 그러니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공장은 미국을 떠나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신흥시장으로 옮겨간다. 이게 주주 자본주의다.
한국은 그나마 이런 호사조차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는, 그리고 기업들에게 가장 손쉬운 경로는, 노동을 쥐어짜는 것이다. 이른바 경영합리화와 원가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일회성 특별 잉여가치 수취를 통한 노동의 장기적 가치 하락만이 주식 가치의 장기적 상승을 보장한다.
그리고 이는 계급투쟁의 격화를 잠재적으로 잉태한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지금의 ‘리버럴’한 민주주의자들은 그 스스로가 권위주의적이며, 파쇼적인 극단주의자가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주가 상승에 환호하는 민주주의자들의 미래를 보고 싶거든 트럼프의 MAGA 광신도를 보라.
다시 챠트로 돌아가자. 일본 가계는 유난스럽게 현금 비중이 높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플레이션 정책이 적절하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본 가계는 현금에서 다른 자산(특히 실물 자산 및 주식시장)으로 옳겨탈 유인이 생긴다.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을 쓰는 것은 실은 가계 자산 털어먹기 작전(operation)이기도 하다.
중국도 흥미롭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이후 주택 가격 버블을 터뜨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취했다. 지금은 55%정도에 머물고 있다(지난 4년 연속으로 중국 주택 가격은 하락 중이다). 대신 중국의 현금 보유 비중은 매우 높은데(27%), 이는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연금 비중이 극도로 낮기 때문(5% 미만)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역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에서 소비를 높여야 한다고(즉 가계의 현금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중국인들이 이처럼 현금을 많이 보유하게 된 것은 미래(노후)에 쓸 자금을 모아두기 때문이다. 연금이 없는 상태에서 현금만이 유일한 노후대비책이다.
따라서 중국이 극적으로 연금 체제를 확대하지 않는 한, 중국에서의 현금 선호 현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즉 소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중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이 중국 소비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즉 중국의 수입 확대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가계 자산 구성 내역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금융안정성과 경제성장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이재명 정권은 다음의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주택시장을 붕괴시키는 경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금융시스템도 함께 붕괴할 가능성이 높으며 상당기간의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부의 재편(자산 양극화를 완화시킨다)을 야기하지만,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이들 주택 자산 보유자들이 주요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로는 현재의 이재명 정권이 취하고 있는 길, 즉 부동산 이외의 다른 자산의 가치를 부풀려 신용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면서 금융시스템 위험을 ‘관리’해 나가는 경로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는 주식 자산에 배팅한 새로운 금융자산계급을 생성하며 이들은 기존의 토지자본자산가들과 경쟁/협조하며 향후 주요한 정치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가 부양을 통한 가계 자산 불균형 해소는 오히려 자산 양극화를 가중시키며, 동시에 정책적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 (참조 : “이재명 정권의 ‘123 국정과제’, 한국 부르조아의 자신감과 발전 노선의 수정”, 2025년 9월 25일)
제3의 길은 부분적으로는 조세, 복지정책(부자 증세 및 부동산 세금 강화를 통한 복지 혜택 강화)을 통한 복지국가 경로이지만, 글로벌 대자본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 자본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이재명 정권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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