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1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미국은 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고 할까? 미국은 왜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할까?
네델란드의 Rabo Bank의 직설적인 표현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은 일종의 무기(weapon)다. 왜냐하면 달러화를 미국밖으로 내보내지 않고서도 달러화의 글로벌 유통을 촉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달러화에 대한 접근권을 선택적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금을 미 국채 시장으로 유입토록 강제해서 재정적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들 중에서 예컨대 테더(Thether)는 일종의 디지털 달러, 혹은 달러의 미러 이미지다. 미국의 크립토 코인 관련 법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발행액수만큼 1:1로 미 국채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되어있다. 달러화로 거래하는 당사자들은 과거 같으면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얻은 달러를 자국 은행에서 현지 통화로 환전하면 이 달러는 해당국에 머물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외환보유고로 쌓인다. 그러면 해당국 중앙은행은 이 달러를 다시 미 국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유한다.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은 이 과정에서 은행을 배제한다. 다음의 유통 도식을 보자.
스테이블 코인 유통 도식 / 출처 : Rabo Bank
만일 미국 밖에 있는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얻고 싶다면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테더)는 그 기업이 속해있는 국가의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받고 이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며 대신에 그 기업에게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보낸다. 그 결과 미국은 과거에는 ‘달러’를 팔았지만, 스테이블 코인 체제 하에서는 오히려 달러를 받고 스테이블 코인을 판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상의 ‘신호’ 혹은 ‘증표’(token)에 불과하다.
따라서 만일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자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출 대금을 지불받는다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미국 내의 수입업자로부터 달러를 받아서 이를 미 국채 매입에 사용하고 해외의 수출 기업에게는 스테이블 코인을 송금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역상의 과정이든, 금융 거래상의 과정이든 간에 실제의 화폐인 ‘달러’는 미국을 떠나지 않으며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 비중도 증가하지 않는다. 미국 밖에서 받는 것은 그 돈으로 미 국채를 샀다는 ‘신호’ 혹은 ‘증표’로서 스테이블 코인일 뿐이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만 발행하는 것은 아니다. 유로존(ECB)도 유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조차도 이를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에 대응하는 거래 기관으로서의 성격일 뿐이다. 그 어떤 국가도 미국만큼 무역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있으며(따라서 자국 화페가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극히 적다), 달러화만큼의 국제기축통화로서의 지배력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민간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반면, 유럽의 경우는 스테이블 코인보다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entral bank digital coin; CBDC를 더 선호한다). (이와 연동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발전노선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 참조, “2026년 국제정세 전망- 칼 위의 역사, 길 위의 역사: ‘제국 없는 제국주의’, 그리고 위기의 차이와 반복”, 2025년 12월 31일(2026년 1월4일 수정) 참조)
Rabo Bank는 심지어는 해외의 대미 수출기업, 혹은 해외 중앙은행들이 받은 달러도 아닌 스테이블 코인조차도 다시 미국 국채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말로 해서 해외의 수출기업이나 금융 거래 상대방들은 달러로 결제하는데도 불구하고 달러화를 받기는커녕 아예 구경도 하지 못한다. 해외 중앙은행들과 미 국채를 사니 마니하는 수고로운 줄다리기를 할 필요가 없으며 여전히 달러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매매 통로는 개인들에게도 열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 거주자들은 자국 통화보다 달러화를 선호하여 자신의 본국에 구조적인 통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실제로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은 달러화가 아니라, 달러화라고 표시된 토큰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은 (1) 달러화에 대한 미국의 완전한 통제 (2) 미 국채에 대한 수요 확대 (3) 달러화의 글로벌 지배력 강화 (4) 해외 국가의 통화 위기 가능성 증대라는 효과를 갖는다. 게다가 만일 미국이 해외의 어느 국가가 자신들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다면 해당국 대중들의 ‘경제 의식’을 조종해(예컨대 서학개미) 복잡한 금융공학이나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통화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그러니 미국이 어찌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하지 않으랴! 달러도 이미 미국의 무기인데 여기에 가상 화폐까지 미국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그리고 이익에 눈 먼 자들은 국경을 넘어서 자국의 경제주권이고 통화고 간에 위험에 빠뜨리는데 공범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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