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동빈곤율 22%
: 혁명이 봉쇄되면 ‘동족살해’가 일어난다
2025년 11월 27일 / 오늘의 챠트 Chart of the Day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19세기 초 산업혁명기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빈곤, 특히 아동 빈곤과 아동 노동은 역사적으로 잘 기록이 되어 있고,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5살 아이에게 하루 18시간씩 일을 시키던 시절이다. 디킨스의 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가 바로 이 때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이 소설에 나오는 “죽 한 그릇만 더 주세요”는 유명한 문장이다). 이 참상은 빅토리아조의 ‘풍요’와, 최종적으로는 2차 대전 뒤 영국에서 복지국가 체제가 확립됨으로써 끝났다. 끝났을까? 어쨌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영국 아동 빈곤 추이(주택 비용 차감 이전)
출처 : DWP Stat-Xplore, Children in Low Income Families, local authority by age and
ONS Nomis, Population Estimates
영국의 아동빈곤(상대적 빈곤: 가구 소득이 중위 소득의 60% 이하) 비율은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 중이다.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아동의 22%(320만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2015년 15%였던 아동빈곤률은 24년에는 22%로 높아졌다.
국가가 전쟁을 치루거나 지구가 망할 정도의 천재지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빈곤율, 특히 아동빈곤율이 증가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 통계마저도 약간의 왜곡이 있다. 이 통계는 주거비용, 즉 월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소득 (BHC; befor housing cost)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영국은 월세 부담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만일 주거비용을 지출한 후의 소득(AHC; after housing cost)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아동중 무려 30%의 아동이 빈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영국의 주거비용 차감 후 아동 빈곤률
아동빈곤 관련 민간단체들의 연구에서는 아동빈곤률이 더 높아서 전체 아동의 약 34%가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가구 특성도 매우 뚜렷하다. 편부모 가정 아동의 44%가 빈곤 상태이며, 아시아(주로 인도, 파키스탄),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 가정 아동의 49%가 빈곤 상태다(백인 가정 아동빈곤률은 24%).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명색이 선진국인 나라에서 아이들 세 명 중 한 명 꼴로 빈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지난 10년 간 꾸준이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영국에서 단지 복지 시스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0 여 년전에 올리버 트위스트가 그랬듯이, 가난한 아이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로 치닫는다. 영국에서 10대 폭동/폭력 사건이 심심찮게 해외뉴스란을 장식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갈 곳 없는 분노는 종종 이민자들을 향한다.
하지만 이 갈 곳 없는 분노의 진원지는 ‘이민자들’이 아니라 영국 사회의 붕괴이며 영국 자본주의의 파산이다.
이런 분노가 제대로 된 대상을 겨냥하지 못할 때, 그리고 사회가 자체적으로 예견된 파국을 청산하지 못할 때, 일종의 동족 살해(cannibalism)가 벌어진다. 혁명이 봉쇄되면 반동혁명(reactionary revolution: 말 자체로 어의 모순적인)이 나타나는 것이다.
19세기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정확하게 이런 심리 상태를 묘사한 적이 있다 : “죽음과 불, 그리고 도둑질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든다”.
지금 영국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거치면서, 파시스트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참고로 한국의 아동빈곤률은 약 1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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