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비상계엄이후 노동자의 비상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민노연 창립식_087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비상계엄이후 노동자의 비상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2025년 7월 4일  / 현장쟁점 민노의 창 Window from the Field
고진수 (서비스연맹 세종호텔노조 지부장)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세종호텔 앞 도로위 교통시설물 고공에 오른지 오늘이 142일차이다.

정리해고는 노조파괴와 고용형태의 외주화를 완성하는 실제적인 노동악법

2021년 12월 10일부로 호텔에 있는 2개 노조중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2명만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관광산업 전반에 경영위기를 불러왔고 특히 외국인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호텔들은 그 피해가 막대했다. 객실영업과 또 다른 한 축인 식음사업장 또한 방역법에 의해 인원수가 제한되었고 규모있는 뷔페를 사실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호텔의 수익구조가 막히게 된다. 이 상황이 세종호텔 정리해고가 노동위원회부터 대법원까지 정당하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이끌어낸다.
하지만 사실 코로나19는 핑계이고 세종호텔 사측이 민주노조 조합원들만을 핀셋으로 적출하듯 단행한 정리해고는 노조파괴와 고용형태의 외주화를 완성하게 되는 실제적인 노동악법으로 역할을 한 것이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 사학재단이 100%지분을 보유한 수익사업체이다. 즉 세종호텔 경영진은 세종대학교 재단이사회가 임명하고 해임을 정한다. 그리고 세종대학교는 오랜기간 비리사학으로 이름을 올려왔고 그 중심에 설립자의 장남인 주명건 명예이사장이 있다. 2004년 113억의 회계부정과 비리로 세종대이사장에서 쫓겨난후 이명박정부에 의해 사면복권되어 2009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오게 된 주명건은 세종호텔의 구조조정을 준비했다.

비리 족벌 사학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벌어진 일

2005년 주명건이 재단이사장에서 쫓겨나고 사외이사가 들어오면서 세종호텔에도 외부 경영진이 들어왔다. 그때 들어온 경영진은 임금협상에서 전례없는 11%임금을 인상했다. 이유는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와 같은 소속인데 세종대학교 직원들과 임금격차가 상당해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새로운 노조집행부와 투명한 경영실적을 두고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을 진행해왔다. 첫해에 상당한 임금임상을 하다보니 이후로는 단협을 통한 복지를 늘이는 방식으로 노사간의 협의를 이루어갔고 모든 부서의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2년만에 세종호텔은 직원들 95%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체워졌다.

그런데 당시 다른 호텔 상황은 많이 달랐다. 이미 2000년 호텔3사 파업 (롯데호텔.힐튼호텔.스위스그랜드호텔) – 김대중정부는 롯데호텔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서 임신한 여성노동자들까지도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했었다. 이후 롯데호텔과 스위스그랜드호텔은 노조가 약화되어 기업노조로 전환했고 힐튼호텔만이 민주노총 소속으로 이어왔다. –
이후로 대부분 호텔들이 객실 청소와 시설.주차업무와 식당들이 외주화되었거나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었는데, 세종호텔은 부서 외주화 없이 대부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서 많은 호텔노동자들이 일하고 싶은 호텔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2009년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오게된다. 함께 비리로 쫓겨났던 당시 사무총장 최승구를 호텔 대표이사로 세우고 인사권을 이용해서 중간간부급을 위주로 포섭해나가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요하며 세종노조를 압박했지만 당연히 받지 않았고 경영진은 복수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세종연합노조라는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3년 가까이 포섭을 하며 업장책임자와 신임 간부들이 주축이 된 세종연합노조는 순식간에 250여 조합 가입대상자중에서 180여명을 5개월만에 어용노조로 가입시켰다.

소수노조 파업의 짧은 승리, 그리고 복수노조 시대

세종호텔 노조는 2012년 1월 이미 소수가 되었지만 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파업을 결행했고 꾸준한 연대의 힘으로 38일간의 파업을 종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4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성과도 이뤘지만 노조간부들의 전환 배치를 거부한 일로 인해 징계를 받게 된다. 여하튼 당시 정리해고 .노조파괴.비정규직으로 노동권을 빼앗긴 다양한 투쟁사업장들의 공동투쟁과 사회적 연대는 세종호텔 파업을 마무리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세종호텔 노조가 사회적 연대와 노동자 공동투쟁으로 자신의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는 큰 경험을 한 셈이고, 이후 사회적 연대와 노동자 공동투쟁의 결합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였다.

이후 복수노조법의 교섭창구단일화 조항은 또다시 멀쩡한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게 된다. 2011년 복수노조법이 시행되자마자 새로운 노조를 세우며 기존 노조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노조파괴를 자행하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깨는 상황이 악랄하게 계속되었다. 지금까지도 금속노조 안에서만 100여개 사업장이 소수노조로 노동권이 무력화 된 식물노조로 운영되고 있다.

세종호텔 어용노조는 이후 단체협약을 후퇴시키며 사측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호봉제이던 임금을 연봉제로 전환하고 이면합의로 대표이사가 임금을 최대 30 %까지 증액하거나 감소하는 조항을 필두로 성과연봉제 .탄력근로제. 등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꽂는 단협을 2년마다 강행했다. 그리고 임금인상은 2013년 이후로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세종노조조합원들 대부분 과 일부 어용노조 조합원들은 수년에 걸쳐 임금이 삭감되어 갔다. 그렇게 260여명이 넘던 정규직수는 2019년 말에는 120여명으로 줄었고 객실청소업무와 주차관리가 외주화 되었다.

민주노총 산하 세종호텔 노조는 소수노조로 현장과 호텔 앞 선전전과 매주 목요일 집회를 이어가며 반격을 해보려 했지만 세종노조 가입과 동시에 임금삭감을 걱정해야하는 조합원들 개개인들은 이미 사기가 꺾여만 갔다. 사법부 또한 2년만에 임금이 실제 30%이상 깍인 세종노조 조합원들의 부당노동행위와 전위원장의 부당전보에 대한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더 무기력해지고 호텔을 떠날 생각이 우선되는 일터가 점점 되어 갔다.

그렇게 임금을 동결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인건비 비중을 주변 호텔보다 현저히 낮게 만들고 사측은 국가가 지원하는 관광진흥지원금을 가장 여러번 받으며 부채 비율을 높여갔다.
용도에 맞지않게 호텔영업에 사용해야 할 돈을 자회자 설립과 지분을 늘이는데 사용한 의혹이 상당하다. 지금 세종호텔은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주명건 일가는 세종호텔 자회사인 여러 회사에 등기이사로 직원들 몇배의 임금을 받으면서 호가호식을 하고 있다.

2024년 12월12일 정리해고 3년 투쟁승리 문화제

회사는 어떻게 코로나 팬데믹을 ‘노동재난’으로 만들었는가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 터지고 호텔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으나 중간에 중단하고 직원들을 복귀시킨 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차에 50명이 신청하고 남은 인원은 70명이 안 되었다. 이후 구조조정이 지속될거라는 소문에 다수가 세종노조로 이동했고 9년만에 세종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어서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게 된다. 교섭 과정에서도 희망퇴직을 계속 유도했고 시설부까지 모두 위로금을 받고 나가면서 남은 인원은 40여명만 남게 된다

사측은 식음사업장을 폐지하고 객실영업만 한다고 하며 끝내 정리해고까지 예고했다.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조금만 버티면 코로나 종식이후 억눌린 여행심리가 살아나서 금새 회복될거고 지금도 100명이 넘게 나갔는데 호텔영업을 하려면 최소 인원은 필요하다고 했지만 끝내 사측은 15명 정리해고 예고를 했고 당사자는 모두가 민주노총 세종호텔노동조합소속 조합원들이었다. 통보후 3명은 위로금으로 정리했고 최종적으로 12명이 12월10일부로 정리해고 되었다.

이 과정만 보더라도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재난을 틈타서 정리해고법이라는 악법이 정규직 해고와 이후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자본의 의도와 편의만 봐주는 노동악법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리해고라는 독소 조항이 노동법에 있는 한, 재난을 틈탄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대학살’, 그리고 어용노조가 아닌 민주노조 파괴 공작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 경우, 노조는 결국 회사와 자본가들의 인정에 호소하고 도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종호텔은 정리해고 이후 이듬해인 23년에 13억의 흑자를 24년은 두배가 넘는 25억 훅자를 기록하고 지금도 객실은 만실에 가까운데도 호텔등급은 식음사업장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지않는 관계로 3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객실수 333실이고 한 때 5성급 호텔까지 갔으며 50년 넘게 4성급을 유지하던 세종호텔이 단순히 자본의 노조파괴와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탐욕때문에 60년 가까운 명성을 스스로 쳐박아버렸다.

개인의 사업체도 아니고 국가의 재정이 막대하게 들어가며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재인 세종대학교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수익사업체가 주명건 일가와 일부 측근들의 사익 추구로 좌지우지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현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오랜기간 고착화된 노동악법들과 사법부의 자본 편들기 그리고 언론의 노조혐오는 성장이 멈춰진 상시적인 자본주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죄악시 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일부 노동자들을 제외한 다수의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고공농성중인 2월15일 광장에서 수만명이 세종호텔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하였다. 사진: 정운

12.3 윤석렬의 비상계엄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고 또 다른 보수정권인 민주당이 들어서고 딱 한달이 지났다. 며칠전에 고공농성 100일을 앞두고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김형수동지가 내려갔지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구미공장에서 544일차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동지와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 142일중인 나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남은 두 노동자도 뜨거운 여름을 고공에서 보내지 않고 내려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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