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모트(Voldemort) 악마의 나날들
2024년 1월 18일 / 한마디의 세상 Word of the World
글 <전망과실천> 편집부
Eurasia Group, 지정학 리스크, 미국 대선, 우크라이나, 중동, 한반도 리스크
볼드모트(Voldemort), 출처 : 영화 <해리포터>
미국의 지정학 정보 분석업체인 Eurasia Group이 2024년에 대해 내놓은 전망은 한마디로 “볼드모트의 나날들 (Voldemort of years)”이다.
볼드모트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악마다. <해리 포터>란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인물인 볼드모트는 불사를 꿈꾸며 자신의 영혼을 나눠담기 위한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반대자들을 살해하며 마법세계를 공포로 물들인다.
이 유아적 판타지소설/영화의 비유를 현실로 그대로 옮기자면, Eurasia Group이 전망하는 올 한 해 2024년은 살육과 공포, 광기와 어둠의 나날들로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올해의 주요한 지정학적 위험을 ‘우크라이나’, ‘중동’, 그리고 ‘미국 그 자신’(America vs itself)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세 가지 모두 미국발 리스크(위험)이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미국(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대리전이며, 두번째 중동 위험 역시 미국이 엄호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세계와의 대립이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유라시아 그룹이 세 번째 위험으로 든 것이 바로 미국 내의 자기 대립이라는 것이다.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 중에 누가 이기든, 또는 그 승리를 위한 과정에서 도저히 걷잡을 수 없게 대립이 격화될 우려가 있다고 이 그룹은 보고 있다. Eurasia Group이 직접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볼드모트는 미국 자신인 셈이다.
그리고 ‘볼드모트의 해’는 2024년 한 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즉 볼드모트의 나날들이다: “the Voldemort of years”). 소설 속에서 볼드모트의 만행은 11년 간이나 지속된다. 마지막에는 해리 포터를 죽이기 위해 썼던 마법이 자신에게 반사되는 바람에 결국 소멸된다. 자승자박으로 죽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그나마 죽기라도 했다니 다행일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한반도 문제가 top risk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코 앞에 닥치면 미국 내의 두 세력은 바깥을 향해 닥치는대로 총질을 해댈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도 결코 위험지대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리고 정말로 한반도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면, ‘이 사람들 어지간히 다급해졌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반도에는 또 얼마나 지정학적 위험이 될까? 남한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서 가지는 특유의 무감증은 그 자체로서 남한 내부의 자기 위험중 하나일 것이다.
demlabor1848@gmail.com 저작권자 ©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