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2000명 숫자 뒤에 놓친 것들, 문제는 여전히 공공의료

2000명 숫자 뒤에 놓친 것들, 문제는 여전히 공공의료

2024년 5월 23일  / 연구자의 시선
글 김철신 연구위원 (치과의사, 연구위원)

2024년 2월 6일 정부는 현재 3,058명의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윤석열은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4대 패키지를 밝혔는데 그 내용은 지역 의료강화, 의료인력확충, 의료사고 안전망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구축이다. 이 4대 패키지 중에서 신속한 조치는 속도감 있게,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대책을 만들겠다고 하였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계획을 속도감 있게 발표한 것이다.

의대 정원 500여 명 증원도 관철하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의사 증원을 바라던 일반 국민조차 여론조사에서 2000명 미만이 적정하다고 50% 이상이 답할 정도였다. 이는 예상대로 의사집단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왔다. 문재인 정부의 극히 조심스러운 의대 증원정책에도 강력히 반발하며 조직력을 과시하던 의사들이 아니던가.

전공의들은 집단사직, 휴진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파업’에 들어갔고, 정부의 대처는, 신속하고 속도감 있는 발표에 어울리지 않게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오기만을 요구하고 바라고 있다. 게다가 76%에 달했던 국민의 지지도 윤석열 정부의 어설픈 대처에 실망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는 찬성하고 있으나 그 규모와 방법에 대해서는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제야 의대 정원 자율결정, 숙고와 논의를 위한 특위 구성을 제시하였다. 호기롭게 정책을 발표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속도감 있는 정책이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과 추진과정에서 어떤 긍정적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워낙 비호감인 정부와 그에 만만찮게 비호감을 일으키는 의협 간의 쟁투를 뒤로하고 의대 정원증원이 제시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곳에는 더욱 중대한 문제, 우리의 삶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문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어설프고 짧았던 한국 의료의 황금기

사실 2000년대 한국의 의료는(의료제도가 아니라) 외관상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 왔다. 어찌 보면 모두가 불만인 가운데 아주 짧고 어설픈 황금기를 누려 왔는지도 모른다. 건강이 단지 의료행위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OECD health data(2022년)의 각종 수치는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을 보여준다.

우리 국민의 건강상태에 관해서는 OECD 최고 수준의 평균수명과 최저의 회피가능 사망률이 그 확고한 성과를 보여준다. 암이나 여타 질병에 의한 치명률도 최저수준이다. 1인당 외래 의료 이용 횟수도 1년에 15.7회에 이르러 OECD 평균보다 거의 세배에 이르는 압도적 1위이고, 평균 입원일수도 2위이다. 의료자원도 최고 수준이다. 병원 병상 수는 1000명당 12.8개로 1위이고, 세계 1위의 CT 검사 건수와 평균을 상회하는 MRI 보급에서 보듯이 의료장비의 보급도 최고 수준이다. 인플루엔자 접종률도 1, 2위를 다툰다.

의사들의 임금소득도, 전세계 전문의 평균이 115,818US$인데 반해 192,749 U$(ppp 2020년)로 최고수준이며, 그 증가세도 가파르다. 최고의 입시 경쟁률과 의사협회의 단단한 위상에서 보이듯이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의료비가 2021년 GDP의 9.3%로 미국 17.4%, 영국 12.4% 일본 11.3%는 물론 평균인 9.7%보다도 낮다.

한국 국민의 건강 수준은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최고를 나타낸다. 국민은 쉽게 병원을 찾아 전문의를 만날 수 있으며,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즉, 의료 접근성이 높고, 의사들은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국가 전체로는 의료비 지출이 적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만 보면 외국의 정상이 부러워할 만한 의료제도인 것이다.

고개드는 문제의 근원

그러나 이런 의미있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의료제도에 대해서 국민은 수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쉽게 병원을 이용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지만 국민이 스스로 생각하는 만족도는 대단히 낮다. 장시간의 진료 대기와 짧은 진료로 대표되듯이 의료서비스의 질에서도 불만족이 크다. 또한, 의료에 관한 각종 지표와 상관없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최저수준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특징이었던 손쉬운 의료 이용도 흔들리고 있다.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도 심심찮게 기사화되고 있고, 많은 지역에서는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기가 어렵다. 대도시만 조금 벗어나도 이른바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기 힘들고, 응급의료체계는 무너지고 있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 취약지역이 4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27%에 그쳤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오늘(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중증 응급환자가 적정시간 내에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하는 비율이 2021년에 51.7%에 달하는 등 필수의료 대응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도 계속 줄어 전체 250개 시군구 중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105곳이었습니다. 이른바 ‘분만 취약지’가 42%인 셈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료 체계도 미흡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3,308개에서 3,247개로 61개 줄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소아 치료를 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2019년 기준 소아 입원환자가 자신의 거주지역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는 비율은 서울 93.9%, 충북 52.6%로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 2023.1 KBS 뉴스

반면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주당 80시간이 훨씬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이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 있고, 전문의가 되어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비급여, 미용 진료에 뛰어들고 있다. 병원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수도권으로 집중하여 양극화되고 있으며 너나없이 고급화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의료비는 2016년 이후 연평균 6.3%의 속도로 증가하여 OECD 평균인 2.1%보다 훨씬 빠른 최고속도로 증가하여 현행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불안함을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의 근원은 무엇일까?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의료의 문제점으로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최악의 공공의료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2000년대 초기부터 한국 의료제도가 수많은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지속 불가능함을 알려왔다. 짧았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고령화와 어설픈 의료제도에 묻혀있던 시한폭탄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설픈 황금기를 누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제시되어 온 문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대한민국의 공공의료 상황이 주요국 중 최악이라는 지속적인 문제가 있다.

2023년 국정감사 당시 보건복지부가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의료 비중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공공병원(5.7%), 병상 수(9.5%), 의사 인력(11.4%)이던 것이 2022년 말 기준 공공병원(5.2%), 병상 수(8.8%), 의사 인력(10.2%)으로 후퇴했다. 이는 OECD 공공병원(55.1%), 병상 수(72%) 평균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한 실정이다. 이미 2002년 노무현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30%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그 후 2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역대 정부는 오히려 공공성을 악화시키고, 상업화를 부추기는 정책들을 계속해서 내왔다. 기존의 정부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공공성 강화정책보다는 규제철폐와 100조 원에 이르는 의료비를 산업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며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이명박 정부의 건강보험 민영화, 박근혜 정부의 서비스 산업발전법 등 성과도 없고, 부작용만 많은 정책은 장밋빛으로 꾸며대면서 논란만 일으키고 흐지부지되었다. 그 와중에 공공의료 강화는 땜질식 처방으로 흐지부지되어 왔다. 그 결과가 공공병원 5%라는 처참한 현실인 것이다.

취약한 공공의료, 엉뚱한 대책

취약한 공공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 중심의 의료제도는 이제, 비급여시장의 폭발을 낳고 수익성이 없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외면하는 당연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내놓은 해결책이 이른바 의료인력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체계의 4대 정책패키지인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4대 패키지를 밝혔다. 그리고 5일후 현재 '의료대란'을 촉발시킨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계획을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4대 패키지를 밝혔다. 그리고 5일후 현재 ‘의료대란’을 촉발시킨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계획을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

정부는 고위험 고난도에 당직 및 건보(건강보험) 위주의 필수의료에 비해 민간보험, 비급여 미용 위주의 비필수 의료가 팽창하고 있고, 필수의료인력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비필수 의료가 의료인력을 흡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장시간 근로 번아웃 일상화, 높은 의료사고 부담, 불공정한 보상 비필수 의료와의 격차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지역의료 역량과 신뢰 저하, 병원 인력 운영난 심화 인프라 유지 곤란으로 지역의료가 약화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의료에 공백이 생기고, 필수의료분야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그리고 의사 수 증가는 필요조건으로 필수의료강화를 위한 패키지식 해법은 충분조건이라 하여 그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이른바 4대 패키지이다.

정부가 지적한 모든 문제는 5%의 공공의료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의료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수익을 좇아 보다 큰 시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전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자못 진지하게 문제 인식과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소를 자아낼 뿐인 것이다. 이번의 정책패키지는 현재 한국 의료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안이한 데다가 그 해결책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분야인 의료영역에서 공공의료 확충 없이 정부가 무슨 정책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의대 정원증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보건의료단체들이 지적하듯 이번 정책은 기존에 이미 실패한 정책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즉, 현재 시장 실패가 일으킨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의 구조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로 의사를 아무리 늘린다 해도 그 의사들이 지역, 필수 공공부문에서 일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현재의 구조라면 배출된 의사들 다수가 정부가 지적했듯이 피부·미용·성형에 종사하거나 개원가의 비급여 돈벌이 특히 사람과 돈이 몰리는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얼마나 늘리냐보다 어떻게 늘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한 이유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러한 시장실패에 의한 필수의료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실패한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시장’으로 의사들이 빠져나간다고 하면서도 의료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의 산업 측면만을 강조하고 관련 산업 인력을 양산시키는 방안으로 의대 증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의 자가당착은 이뿐만 아니다. 3월 21일 발표한 ‘지역의료 강화정책’에서도 지역의료를 활성화한다면서 가뜩이나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형 상급 종합병원들에 6600개 병상 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전국의 의사와 환자를 더더욱 수도권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게다가 병상 관리를 위한다면서 병원 인수합병을 끼워 넣어 대형 수도권 병원들의 이해를 더욱 도모하고 있다.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지역의 공공병원 적자를 비난하면서 재정지출에 지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의사를 지역 의료기관에서 종사하게 할 방안도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지역인재 전형 등 실패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안은 대부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 의사제도를 바탕으로 했고, 적은 수이지만 공공 의대 신설 약속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안에 대해서도 지역‧공공 의료를 살리기에는 통제 기전이 미흡하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시장방임적이며, 공공적 정책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500여 명을 증원하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후퇴한 모습이다.

시장실패를 더욱 진한 친시장 정책으로

의대 증원을 하게 되면 현재의 문제점은 그대로인 채 의대 증원으로 배출될 의사들은 비급여시장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의 전공의로 향하게 될 것이며 국민의 건강과는 상관없이 대형병원의 수익성만을 향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외형확장과 환자의 집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전문의 확보를 외면하고, 전공의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력으로 집중적으로 활용하려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의도는 ‘전공의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전공의 대표의 지적이 아니라도 우리의 건강과 의료제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전공의보다 전문의가 병원의 업무를 더 담당할 경우, 양질의 진료는 물론이고 의료비도 절감되는 효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대형병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탓에 지금까지 외면되어온 사실일 뿐이다.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에 투입되면 전공의보다 진단 절차를 감소시키고, 병원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에 환자들이 응급실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여준다고 한다. 즉, 파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응급 환자들이 전문의들에 의해 긴급, 응급환자로부터 신속하게 분리되어 진료받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그로 인해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 불필요한 검사들이 생략되어 평소보다 더 적은 검사와 더 적은 시간의 투자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 의사들의 파업이 의료기관 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김유리 등 2020

이모든 내용은 현재의 한국 의료의 문제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그 이유가 있겠다. 모든 선진국이 각종 재정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를 도외시하고 대증적인 처치만 하려 하는 것이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차이는 모든 이들이 의료기관을 바라보던 코로나 시기에 절감했다.코로나 유행 시기에도 국립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감염병 환자를 감당하며 치료에 집중 큰 폭의 적자를 낸 반면에 일반기능을 모두 유지하면서 코로나 중환자 병상 일부만을 가동한 대형병원들은 정부의 손실보상금의 기타수익폭증으로 큰 폭의 흑자를 내왔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95%의 환자를 떠맡아서 간신히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공공병원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예산삭감으로 답하고 있다. 물론 경제성을 이유로 울산의료원 공약도 저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비상 진료체계 지원을 위한 명분으로 대형병원들에 5월에만 1800억 원을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국고, 건보를 통해 총 7000억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전체 41개 공공병원의 경영 혁신에 올해 지원하는 948억 원을 훌쩍 넘는 규모이다. 5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 3~4개를 설립할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상 진료체계 지원을 위해 18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이 지난 3월부터 매달 시행되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 약 5000억 원이 투입됐으며 6월 이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이달 말로 예정돼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는 3월에 예비비 1285억 원도 편성했다. 이 돈을 합치면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막기 위해 국고·건보를 통해 7000억 원 이상이 쓰이는 셈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500병상 규모의 소위 ‘괜찮은 종합병원’ 수준의 공공병원 1개를 짓는데 약 2500억 원이 필요하다. 종합병원급의 공공병원 3~4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비상 진료체계에 쓰이는 것이다.“ 
                – 천문학적 돈 투입, 병원들 벼랑 끝…사회적 비용 막심[전공의 이탈 3개월①] 뉴시스 2024.5.18.

보건의료노조 5월14일 결의대회. 출처: 매일노동뉴스
보건의료노조 5월14일 결의대회. 출처: 매일노동뉴스


의대 정원 증대는 정책 추진 방법은 엉망이요, 그 내용은 더 진창이다. ‘2000명’이란 숫자만 덜렁 상징적으로 남아 있을 뿐, 누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공공의료가 취약할수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국가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없다. 잠시라도 의료제도를 고민해온 사람이라면 너무나 예상 가능한 문제이고 해법 또한 평이하기 그지없다. 공공의료 확충에 전력을 다하는 것, 이것이 짤깍 짤깍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폭발이 다가오는 외통수에 걸린 대한민국이 외면할 수 없는 유일한 타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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